[가보지 않은 길 고교학점제②] “무리한 추진 안 돼…현장 의견 들어야”

입력 2021-04-20 19:00 수정 2021-04-2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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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1-04-20 17:55)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교원 확충, 입시 조화, 고교평준화 등 ‘숙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월 17일 경기도 구리시 갈매고등학교를 찾아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 계획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교육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월 17일 경기도 구리시 갈매고등학교를 찾아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 계획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교육부)

교육부가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를 전면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교원 확충부터 대학 입시, 고교 서열화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 교육계는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고교 현장의 혼란만 불러일으킬 것으로 우려한다.

학점제 안착 교·강사 지원 관건

고교학점제에서 학생선택권이 넓어지려면 과목이 많아져야 한다. 한 과목만 가르치던 교사들은 기본적으로 3~4과목을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 된다. 고교학점제 연구학교인 갈매고는 3학년 27학급인데 개설 과목이 94개다. 교사마다 개설과목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전문교과와 선택과목을 충분히 제공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구 호산고 이용호 교감은 “많은 연구학교가 과목을 개설하고 싶어도 교원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학교 간 격차가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며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개설하기 위해서는 학교 현장의 수요를 고려한 새로운 교원 수급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소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변인은 “안정적 교사 수급 대책 없이 기간제 교·강사를 확대하는 임시방편으로 고교학점제의 효과를 보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지속해서 개설되는 과목임에도 기간제 교사 채용이 반복되는 행태는 노동환경을 악화하고 정규 교원의 행정업무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28년 대입 정책 조화 이뤄야

고교학점제는 내신이나 학생부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어 정시 확대로 움직이는 대입 정책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교학점제가 실험에 그치지 않으려면 2028년부터 적용되는 새 대입제도와 잘 어우러지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부는 2024년 고교학점제에 맞는 새로운 수능 체계를 비롯한 입시개선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2022개정교육과정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교육부는 (고교학점제와 대입과 관련한) 정책연구와 논의를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교학점제 취지와 달리 오히려 입시 경쟁이 가속화하는 부작용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입시전문가들은 2025년 고1이 되는 현재 초등학교 6학년부터 중3 이전단계에서 고1 내신 선행학습이 발생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고교학점제에서 고등학교 1학년 때와 2·3학년 때의 성적 평가 방식 역시 달라지는데 1학년 때는 내신 성적을 ‘상대평가’로, 이후엔 ‘절대평가로’ 산출한다. 때문에 학생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는 상대평가로 1~9등급을 매기는 1학년 성적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분석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고등학교는 수능 시험보단 학교생활 자체에 중심을 두고, 대학은 정시 선발을 확대하는 기조다. 내신 점수 산출 시 중요 내신의 비중은 1학년에 몰리는 상황”이라며 “1학년 내신을 잘 받기 위해서든 수능 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든 사교육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잇단 자사고 일반고 전환에 제동, 부담

최근 법원이 잇달아 교육 당국의 자사고 지정 취소가 위법하다고 결론 내리면서 2025년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과 함께 시행될 ‘고교학점제’ 정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고교학점제는 고교 서열 해소를 전제로 학생들을 절대평가하고 대학은 학생들이 고교 과정을 충실하게 이행했는지를 살피도록 한 제도”라며 “자사고와 특목고가 존치하는 상황에서는 고교학점제가 뿌리내리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교육 당국은 예정대로 2025년 자사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고쳐 2025년 모든 외국어고·국제고·자사고를 일반고로 바꾸기로 했다.

하지만 내년 3월로 예정된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야당이 집권할 경우 고교체계 개편과 고교학점제 도입이 현 정부 기조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박 교수는 “고교체계를 시행령으로 뚝딱 바꾸는 일이 반복되면 계속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고 고교학점제도 향후 갈등이 예상되는 만큼 대국민 토론회를 열어 각계 현장의 의견을 듣고 필요한 경우 국민 투표를 시행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교학점제는 현재 마이스터고에 적용 중이며 2022년부터 특성화고에도 도입된다. 일반계고교에도 2022년부터 제도를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2025년에 전체 고등학교에 전면 적용될 예정이다. 2022년 부분도입 계획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세부사항을 담아 오는 6월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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