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년 최저임금 노사 대립, 고통분담 해법 찾아야

입력 2021-04-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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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가 20일 올해 첫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에 적용되는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에 착수했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최저임금 심의로, 인상률을 둘러싼 노사 대립이 격화하면서 어느 때보다 난항이 예고된다. 고용노동부가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하는 일정과 행정절차를 감안하면 7월 중순 이전에 임금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지난 4년간 최저임금 결정은 시행착오였다. 문재인 정부는 당초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공약과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내세워 과속 인상을 밀어붙였다. 이에 따라 2018년 16.4%(시급 7530원), 2019년 10.9%(8350원)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됐다.

그러나 현실을 무시한 고율 인상은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왔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활안정을 위한 취지였지만 취약계층 일자리부터 없애면서 고용참사가 빚어졌다. 노동집약 산업이나 저임금 노동자가 많은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임금 부담을 견디지 못해 직원을 줄이고 사업장 문을 닫았다. 소득분배구조 악화로 빈부 격차는 더 벌어졌다. 속도조절이 불가피해지면서 2020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2.87%(8590원)로 낮아졌고, 작년 코로나19 충격까지 덮치자 올해 인상률은 1.5%(8720원)에 그쳤다.

2년간의 저율 인상에 노동계 반발이 크다. 코로나19로 악화한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 보장을 위해 예년보다 낮은 인상률을 대폭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소한 두 자릿수 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경영계는 과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여전히 무겁고, 코로나 사태 이후 소상공인들의 임금지급 여력이 계속 나빠진 상황에서 내년 최저임금도 동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최저임금도 못 받는 임금노동자 비율(미만율)이 2019년 16.5%, 작년에도 15.6%였고,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이 비율이 36.3%에 달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소상공인들이 돈이 없어 최저임금도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협상의 진통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노동계와 경영계의 대립구도에서 공익위원들이 결정의 열쇠를 쥐게 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9명씩 모두 27명으로 구성된다. 공익위원은 정부가 추천한다.

이들 공익위원들의 중재 역할과 합리적 결정을 이끌어낼 책무가 크다. 최저임금 심의에서 가장 우선적인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은 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이 감당할 수 있느냐 하는 수용성이다. 이와 함께 경제 현실, 고용에 미치는 영향, 노동생산성도 고려해 경영계와 노동계가 고통을 분담하는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언제 코로나 터널을 벗어나고 경제가 정상화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단 기업이 살아남아야 일자리를 지키고 임금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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