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기화에 신평사 한발 먼저 움직였다

입력 2021-04-21 10:38 수정 2021-04-2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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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E&S 등 강등기업은 울고, 포스코건설 등은 웃고

#SK E&S는 최근 신용등급이 AA+에서 AA로 강등되는 굴욕을 겪었다. 확장적 투자정책에 따른 투자자금 소요 및 배당에 따른 재무 부담 가중이 주된 요인이다. 확장적 투자에 따른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과정에서의 단기 사업 변동성에 대한 우려도 힘을 더했다. SK E&S의 지난해 부채 규모는 7조1493억 원으로, 2015년 4조770억 원 이후 5년 연속 불어났다.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134%에서 185%로 50.8%포인트 나빠졌다.

연초부터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업황이 부진한 업종을 중심으로 예년보다 빠르게 신용등급 조정에 나섰다. 초우량 기업으로 꼽히는 현대중공업부터 국내 호텔 시장을 주도하는 호텔신라·호텔롯데까지 업종을 불문한 신용등급 하락이 이어지면서다. 코로나 부진에서 벗어나는 속도에 따라 기업 사이 실적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이에 5~6월 정기평가에 돌입하면 기업 간 희비도 뚜렷해질 전망이다.

21일 나이스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신평사들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이후 신용등급이 오른 기업은 총 10곳이다. DB금융투자, 현대차증권, 매일유업, 대상, 우리금융캐피탈, 해태제과식품, 한국캐피탈, 교보증권, 하나에프앤아이, 포스코건설 등이다.

반면 12개 기업은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SK종합화학, 현대중공업, SKE&S, SK이노베이션, S-OIL, SK에너지, SK인천석유화학, 롯데컬처웍스, 호텔신라, 호텔롯데, 해태제과식품, 파라다이스 등이 강등 대상이다. 신용등급이 떨어진 주요 업종에는 코로나 장기화로 불황의 늪에 빠진 정유·호텔·조선·식품 등이 대표적이다.

시장에선 기업 신용등급 향방이 집단면역 형성 여부에 달렸다고 본다. 백신보급으로 집단면역이 달성되기 전까지는 야외활동과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가 강화와 완화를 반복하면서 소비회복세가 정체될 수 있어서다.

이에 국제통화기금(IMF)은 백신 접종 속도 둔화를 한국 경제의 주요 하방 위험으로도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코로나 상황이 악화돼 확진세가 증폭하고 백신 보급마저 지연된다면 경제 성장률은 다시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이익 개선이나 차입부담 완화 전망은 신용 등급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등급 방향성 변화 기저에는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자리하고 있다”면서 “매출은 감소세로 보이지만 하반기부터 영업이익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재무안정성 지표도 저하세가 멈춘 것”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신용등급 정기평가에서 대규모 등급 하락에 대한 우려는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개선세도 나타나고 있다. 여전히 전체 신용등급의 등급 전망에서 부정적인 기업 수(96개)가 긍정적 기업 수(29개)를 앞선다. 하지만 실제 등급전망이 상향된 곳은 14개로 하향된 곳은 없었다. 작년 10월과 비교했을 때도 긍정은 9곳 늘어났으며 부정은 4곳이 감소했다. 투자등급(BBB급 이상)만 놓고 봐도 부정적인 전망 기업 수(49곳)는 크게 줄었다.

또한, 지난해 급감한 등급상하향배율(등급상향기업을 하향기업으로 나눈 값)이 올해는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등급 상하향 배율이 하락할수록 신용등급 하향이 상향보다 많다는 의미다. 지난해엔 코로나 팬데믹에 신평 3사의 등급 상하향배율(투자적격 무보증사채 기준)은 0.64배로 전년(0.81배)대비 감소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 호조 등으로 경기 회복과 함께 주요 산업의 실적 개선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신평사의 레이팅 액션이 과거에 비해 선제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은 향후 등급 방향성이 긍정적인 쪽으로 전개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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