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전 연관성’ 얀센 백신, 국내 접종계획은?…“美 판단 주시”

입력 2021-04-21 15:50 수정 2021-04-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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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부터 국내 도입되는 얀센 백신 600만 명분 “도입 협의 중”…수급 불확실성은 커져

▲미국 제약사 존슨앤드존슨이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주사기 모습이 보인다. 
 (워싱턴/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제약사 존슨앤드존슨이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주사기 모습이 보인다. (워싱턴/로이터연합뉴스)

백신 접종과 희귀 혈전증 발생 간 인과성 문제로 미국과 유럽에서 접종이 중단된 존슨앤드존슨(J&J) 자회사 얀센의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유럽의약품청(EMA)이 사실상 접종을 지속하라고 권고했다. EMA에 이어 미국은 23일께 부작용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국내 방역 당국은 영국과 미국의 결과를 반영해 전문가 자문과 심의를 거쳐 얀센 백신의 접종 계획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홍정익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기획팀장은 21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백브리핑에서 “현재 얀센 백신은 국내에서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긴급히 대응하지 않고, 정보를 수집하는 중이다. EMA 결과와 미국의 결과 등 충분한 정보를 수집하면 백신전문가자문단과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를 받아 연령을 제한할지, 접종 대상자를 어떻게 정할지 등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EMA는 20일(현지시간) 얀센 백신과 희귀 혈전증 생성 간 인과성을 공식 인정하며 백신 제품 정보에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희귀 혈전에 대한 경고를 명시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다만 부작용 피해보다 접종으로 얻는 이익이 더 크다는 기존 입장은 유지해 접종이 가능해졌다. 아울러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문기구인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는 23일 얀센 백신과 희귀 혈전증 간 인과성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아직 얀센 백신 접종을 시작하지 않은 유럽은 EMA의 결정에 따라 하나둘 접종을 시작하고 있다. J&J측은 이날 EMA 결정 직후 경고 라벨을 부착한 뒤 EU와 노르웨이, 아이슬란드로 예정한 백신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네덜란드도 백신 접종 의사를 밝혔고,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60세 이상에 우선 접종한다고 발표했다. 초기 물량을 구입해 보관하던 스페인은 계획대로 접종을 추진할 계획이고 프랑스는 EMA 검토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55세 이상에게 접종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유럽의 경우 백신 물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실상 얀센 백신 사용 권고 결정을 내렸지만, 유럽보다 상황이 나은 미국의 경우 백신 접종 물량이 달리지 않아 유럽과 다른 결정이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럽은 백신이 전반적으로 부족하니까 사실상 계속 사용하도록 권고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미국은 백신 수급에 문제가 없으니까 희귀 혈전증 생성으로 백신 접종 중단 결정을 내리기 더 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EMA에서 구체적인 기전을 밝힌 게 아니라 인과성이 있다고만 밝힌 거라 미국의 판단이 뒤집힐 가능성은 있다”라고 밝혔다.

희귀 혈전증 생성 논란으로 국내에서 사용연령이 제한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이어 얀센 백신에서도 같은 부작용이 나타났는데 두 백신 모두 아데노바이러스를 벡터로 활용한다. 다만 두 백신과 제조법이 다른 mRNA 백신인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역시 접종 후 같은 부작용 발생이 보고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희귀 혈전증 생성이 보고된 사례는 세계적으로 300건 이상인데 287건은 아스트라제네카, 8건은 얀센, 25건은 미국 제약사 화이자, 5건은 미국 모더나 백신과 관련된 것이었다.

엄중식 교수는 “화이자나 모더나 접종 후 희귀 혈전증 발생이 얼마나 나타나는지 조사 결과를 더 봐야 하지만, 얀센이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만 적용되는 바이러스 벡터가 문제가 아니라 코로나19 백신이 기본 모태로 삼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문제일 수 있다. 그럴 경우 이는 특정 백신의 문제가 아닌 코로나19 백신의 희귀한 이상반응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런 만큼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에 흔들리지 말고 대응 체계를 확실히 한 후 백신 접종을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재갑 교수는 “나라마다 백신 접종 후 희귀 혈전증 생성 경향이 다르다. 인종에 따라, 기저질환이나 약물 복용 여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아직 백신 접종 후 특정 연령에서 희귀 혈전증이 나타난다는 근거가 많지 않다"면서도 "국가별로 어떤 집단에서 희귀 혈전증이 나타나는지 다시 평가한 후 연령제한 등 접종 계획을 세워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에 들어올 얀센 백신 수급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줄곧 얀센 백신 600만 명분을 2분기부터 차례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아직까지 구체적인 도입 시기와 물량을 확정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얀센 백신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동시에 생산하는 과정에서 백신 성분 혼합 사고가 발생한 볼티모어 소재 공장에 감사를 진행하면서 가동 중단을 요청했다. 국내 들어오기로 한 600만 명분이 해당 공장 생산 물량인지 여부는 얀센 측에서 통보받지 못했지만, 미국의 조사 결과에 따른 백신 수급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다만 방역 당국은 희귀 혈전증 생성과 접종 간 인과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얀센 백신 도입을 지속해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얀센 백신에 대해서는 계속 도입을 협의하는 중이다. 도입 일정이 구체화하면 상세히 밝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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