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여의도 등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지만..."집값 안정은 글쎄"

입력 2021-04-2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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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에 들어선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들 모습.  (사진 제공=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에 들어선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들 모습. (사진 제공=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과 양천구 목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일대 재건축 대어들이 위치한 3개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다. 성동구 성수동 성수전략정비구역도 포함됐다. 앞으로 이들 지역에선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 해당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서울시는 21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안을 통과시켰다. 압구정 아파트지구(24개 단지)를 비롯해 △여의도 아파트지구 및 인근단지(16개 단지) △목동 택지개발사업지구(14개 단지) △성수전략정비구역 등 총 4.57㎢다. 지정 기간은 1년으로 내년 4월 26일까지다. 22일 공고 후 27일부터 발효된다.

이정화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최근 일부 재건축 단지와 한강변 재개발 구역 일대에서 비정상적인 거래가 포착되고, 매물 소진과 호가 급등이 나타나는 등 투기수요 유입 우려가 높다고 판단했다"며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서울시내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지난해 6·17 대책에서 지정된 서울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을 포함해 총 50.27㎢로 확대됐다.

시는 이번에 추가로 지정된 4곳을 투기수요 유입과 거래 가격 상승이 우려되는 곳들이라고 판단했다. 사업 추진 단계와 관계없이 모두 토지거래허가 대상에 포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압구정아파트지구는 압구정역을 중심으로 밀집된 24개 모든 아파트 단지, 목동지구도 14개 아파트 단지 전체를 허가구역으로 묶었다. 여의도지구 역시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노후 아파트 단지 16곳을 모두 포함시켰다. 일부 지역만 규제로 묶었을 때 나타날 풍선효과(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오르는 현상)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다. 성수전략정비구역(1~4지구)도 아파트, 빌라, 상가 등 정비구역 내 모든 형태의 주택‧토지가 토지거래허가 대상이다.

앞으로 이들 지역에선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 해당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 없이 토지 거래 계약을 체결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토지 가격의 30% 상당 금액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특히 주거용 토지의 경우 2년 간 실거주용으로만 이용할 수 있다. 임대가 금지되는 것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효과는 '물음표'

시는 이번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오세훈 시장의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그러나 오 시장이 집값 급등에 불을 지폈다는 지적에 대한 부담을 느껴 일단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자신을 적극 지지했던 무주택 서민이나 젊은층이 집값 급등에 등을 돌릴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효과에 물음표는 던지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이번에 규제로 묶인 지역들은 낡은 재건축 단지가 밀집한 곳으로 당장 실입주하려는 실거주자보다 투자수요가 많은 곳"이라며 "이번 규제로 거래 위축이 크게 나타날 수 있지만 집값이 크게 하락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서울시는 국토교통부에 재건축 관련 규제 완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 투기는 막겠지만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는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이번 거래허가구역 지정은 정비사업의 시작을 알리는 사전 포석으로 읽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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