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공급난이 벌어지는 가운데 세계 곳곳에서 가짜 백신을 이용한 사기 사건이 판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위조한 사례들이 처음 적발됐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폴란드 경찰은 지난 1월 한 남성의 아파트에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 라벨을 붙인 다수의 약병을 압수하고 이 남성을 체포했다. 가짜 백신으로 추정되는 액체는 다른 제약사의 안티링클(주름개선제) 제품 용기로 추정되는 병에 담겨 있었다고 화이자는 전했다.
화이자가 문제의 액체를 실험실에서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백신 성분이 아니라 주름 개선에 사용되는 히알루론산이 들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티링클 성분으로 추정되는 가짜 백신을 맞은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폴란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 남성은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2월 초에는 멕시코 경찰이 누에보레온주 북부의 한 병원을 급습해 가짜 화이자 백신을 투여하던 병원 관계자 6명을 붙잡았다. 이 병원은 1도스(1회 접종분)에 약 1000달러(약 112만 원)를 받고 80여 명에게 가짜 백신주사를 투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마누엘 델라오 누에보레온주 보건장관은 “사람들은 증류수를 투여받았다”며 약병에 적힌 제품번호와 유효기간이 모두 가짜였지만 인체에 유해한 성분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화이자는 특수광선과 현미경 분석을 통해 라벨이 위조됐음을 확인한 뒤 병에 들어있던 액체가 정확히 무엇인지 시험할 예정이다.
위조 대상이 된 것은 화이자 백신뿐만이 아니다.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인터폴)에 따르면 중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지난달 각각 창고에서 위조 백신 수천 병을 압수하고 관련자 수십 명을 체포했다. 멕시코 당국은 온두라스행 개인 전용기에서 러시아 스푸트니크라고 주장하는 백신 6000도스를 압수했으나, 진위는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멕시코와 브라질 등 공급이 모자라고 수요가 많은 나라에서는 ‘비공식 채널’을 통해 백신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백신 위조뿐만 아니라 백신을 판다고 속여 개인정보를 빼내는 사기 사이트도 전 세계적으로 수십 개 적발됐다.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국가지식재산권협력센터(NIPRCC)는 백신과 관련해 30개 사이트를 폐쇄하고 74개 웹 도메인을 압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