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대신 소년병 징집" 청원 등장에 제기된 음모론…빗나간 논쟁

입력 2021-04-22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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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역차별 논란으로 촉발된 '여성 징병' 논쟁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여성 대신 소년병을 징집하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온 것. 젠더 이슈를 넘어서는 극단적인 주장인 탓에 음모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난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성 징병 대신에 소년병 징집을 검토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현역 입영 자원이 부족하면 여성 대신에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을 징집하라. 이 정도 연령의 남성이면 충분히 현역병으로 복무가 가능하다는 걸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6.25 당시 학도병은 현재 남학생들보다 발육과 영양상태가 나빴음에도 충분히 병역의 의무를 수행했는데, 현재 남학생은 왜 못하느냐”며 소년병 징집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논리도 내세웠다.

이어 “각종 가부장적 악습과 유리천장, 높은 여성 대상 범죄율, 출산강요, 저임금으로 인해 대한민국 여성의 삶은 이미 지옥 그 자체다. 이젠 군역의 의무마저 지우려 하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다”고 적었다.

이같은 청원에 대해 온라인 상에서는 또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남성 네티즌들은 청원인이 여성일 것이라고 추측하며 "남성 역차별 문제에 대한 일부 여성들의 몰이해를 보여준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에 일부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청원에 동의해야 페미가 역풍을 세게 맞는다"며 청원 동참을 독려하는 글도 올라오는 상황이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여성 징병과 소년 징병 대결 구도를 만들자. 여성 징병을 해야 하는지 문제보다, 여성과 소년 징병 중 어떤 게 더 타당한가로 프레임이 짜지면 여성 징병이 당연한 흐름으로 간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같은 글들이 올라오는 것을 근거로 일부에서는 여성주의에 대한 비난을 유도하기 위해 조작된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여성 징병 논쟁은 여성도 최대 100일간 군 복무를 하도록 하는 ‘남녀평등복무제'를 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제안한 이후 활발해 졌다. 문제는 건전한 공론의 장이 열리는 대신 사회 여론을 분열되는 논란거리만 양산 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동의 인원 16만명을 넘어섰다. 이에 국방부는 "병역제도 개편은 군사적 효용성이나 국민적 공감대 형성 등을 고려해 결정할 사안"이라며 "단순히 '여성 징병제에 대해 찬성이다, 반대다'라고 답변하기보단 모든 요소를 종합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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