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전 세계 코로나19 백신 접종 10억 회 돌파했지만 심화하는 ‘양극화’

입력 2021-04-25 15:40 수정 2021-04-2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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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인도 등 3개국 전체의 58% 차지
미국은 수요보다 공급 더 많아진 상태 진입
대부분 국가는 '백신 가뭄' 허덕여
이스라엘은 인구 56%가 접종 마쳐…전 세계 접종률은 6.6%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건수가 10억 회를 돌파했다. 하지만 백신 접종 대부분이 선진국에만 집중돼 글로벌 ‘백신 양극화’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207개 국가와 지역에서 최소 10억293만8540회 백신 접종이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절반이 넘는 58%의 접종은 미국과 중국, 인도 3국에 집중됐다. 미국은 2억2560만 회, 중국은 2억1610만 회, 인도는 1억3840만 회 접종이 진행됐다.

인구 대비 백신 접종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이스라엘로, 인구의 56%가 백신 접종 절차를 모두 마무리했다. 아랍에미리트(51%), 영국(49%), 미국(42%), 칠레(41%), 바레인(38%), 우루과이(32%)가 뒤를 이어 인구 대비 백신 접종 비율이 높은 나라로 꼽혔다. 유럽연합(EU)의 경우 1억2800만 회 접종이 진행돼 인구 대비 21%의 접종률을 기록했다. 이스라엘 이외 국가들은 최소 1회 이상 접종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문제는 현재까지의 백신 접종이 선진국에만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6.6%만이 모든 백신 접종 절차를 마무리했는데, 소득이 가장 높은 국가와 가장 낮은 국가의 백신 접종 속도 격차는 25배에 달했다. 이와 관련해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는 전체 백신 물량의 87%가 부유한 국가에 집중됐으며 저소득 빈곤 국가에는 0.2%만이 할당됐다고 지적했다.

‘백신 가뭄’으로 저소득 국가 중에서는 심지어 백신 접종이 시작되지 않은 국가도 있다. 북한을 포함해 탄자니아, 마다가스카르 등 아프리카 7개국을 포함해 모두 12개국이 여전히 접종을 개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AFP는 전했다.

반면 미국의 경우 백신 공급이 수요를 넘어선 덕분에 일부 지역에서는 사용하지 않은 백신이 쌓여가고 있다고 포브스는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 등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에서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줄거나 정체됐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2월 이후 주당 신규 감염자가 거의 2배로 늘었다.

실제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의 세계 최대 생산국인 인도는 인구의 2%만이 접종을 완료했다. 그 사이 코로나19 감염 사례는 폭증하고 있다. 24일 기준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34만6786명으로 사흘 연속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새로운 코로나19 진원지로 급부상했다. 전날 전 세계 일일 신규 확진자는 약 89만3000명으로 사상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이 유독 백신을 풍부하게 보유해 부러움과 분노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지식재산권 협정(TRIPS) 관련 조항의 일시적 면제를 제안했고, 60개국이 해당 제안을 지지했다. 개발도상국들이 특허권 침해 염려 없이 복제 백신을 생산해 코로나19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EU 등 백신 개발사를 보유한 국가들은 막대한 개발비용이 투입된 만큼 특허권 면제에 반발하고 있다.

선진국의 ‘자국 우선주의’에 따른 백신 사재기와 이로 인한 백신 가뭄은 결국 전 세계 코로나19 퇴치 시기를 지연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전 세계적으로 매일 약 1850만 회의 백신이 접종되고 있는데, 이 속도로 전 세계 백신 접종률 75%대를 달성하려면 19개월이 더 소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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