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사라진 김정남 아들 김한솔 “북한이 날 죽이려 한다”

입력 2021-04-26 10:23 수정 2021-04-2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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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북단체 자유조선 회원 크리스토퍼 안 언론 인터뷰 공개
김정남 피살 이튿날 타이페이 공항서 김한솔 가족과 만나
CIA 요원과 스키폴 공항 출국 후 연락 두절…현재 행방 묘연

▲반북단체 자유조선은 2019년 5월 29일 홈페이지에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왼쪽)과 그를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켜줬던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토퍼 안의 사진을 공개했다. (출처=자유조선 홈페이지)
▲반북단체 자유조선은 2019년 5월 29일 홈페이지에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왼쪽)과 그를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켜줬던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토퍼 안의 사진을 공개했다. (출처=자유조선 홈페이지)

반북단체 자유조선의 회원인 크리스토퍼 안이 북한 김정일의 맏손자인 김한솔 구출 작전에 나섰으나 현재 김한솔의 행방을 전혀 알 수 없다고 털어놨다. 크리스토퍼 안은 2019년 2월 자유조선의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진입 사건에 가담, 미국 사법 당국에 체포돼 재판을 받고 있다.

26일 국민일보는 크리스토퍼 안이 2017년 2월 14일 자유조선의 리더 에이드리언 홍 창의 연락을 받고 김한솔 구출 작전에 뛰어들었다고 보도했다. 그는 약 36시간 동안 김한솔과 함께 있었다고 밝혔다.

앞서 김한솔의 아버지인 김정남은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 공격을 받고 숨졌다. 당시 마카오에 거주하고 있던 김한솔은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에이드리언 홍 창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김한솔과 에이드리언 홍 창은 2013년 프랑스 파리에서 지인의 소개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토퍼 안은 “2017년 2월 14일 에이드리언 홍 창이 대만 타이페이 공항으로 가서 김한솔을 도울 것을 지시했다”며 “다음날 새벽 곧바로 타이페이 공항에 도착해 김한솔 가족과 암호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 복장을 에이드리언이 김한솔에게 알려줬다. 그리고 암호가 있었다. 김한솔이 나를 찾아 ‘스티브’라고 부르면 그때부터 도움을 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김한솔은 나를 알아보고 암호대로 ‘스티브’라고 불렀다. 김한솔과 그의 어머니, 10대 후반의 여동생 그렇게 3명이었다”고 떠올렸다. 김한솔 가족은 당장의 행선지는 물론 앞으로의 계획도 없는 상태였다고 전했다.

크리스토퍼 안은 “김한솔과는 영어로 대화했는데 그의 영어 실력은 매우 뛰어났다”면서 “김한솔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등 정치적 상황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으며, 신변이 위협받는 상황임에도 두려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고 최대한 정상적으로 보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김한솔이 ‘북한이 너(김한솔)를 죽이려고 한다’는 전화를 받고 가족과 함께 마카오를 떠나기로 결정했다”며 “이후 에이드리언 홍 창으로부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키폴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 표를 끊으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크리스토퍼 안은 “내 카드로 김한솔 가족 3명의 비행기 표를 샀다. 김정남이 암살당한 다음 날이어서 김한솔 카드로 비행기 표를 사면 여러 나라 정보기관들이 이를 파악할 것이라고 우려했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김한솔 가족은 탑승구에서 항공사 직원으로부터 “이 사람들은 탑승이 안 된다”며 제지당했다. 이후 몇 시간 뒤 CIA 요원이라고 신분을 밝힌 2명이 등장했다. 그들은 김한솔에게 ‘어디로 가고 싶은가’, ‘우리는 당신 가족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두 가지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크리스토퍼 안과 김한솔 가족은 2017년 2월 15일 하루를 타이페이 공항에서 보냈다. 이튿날 돌연 항공사 직원이 “스키폴 공항으로 가는 것을 돕겠다”며 김한솔 가족을 찾아와 김한솔 가족은 비행기에 탑승했다.

당시 김한솔 가족이 탑승한 비행기에는 CIA 요원이 동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키폴 공항 입국 게이트에서 자유조선의 회원들과 인권변호사들이 김한솔 가족을 기다렸으나 그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크리스토퍼 안은 “내가 비행기를 타지 않아 (김한솔과 가족이 어디에 있는지) 전혀 모른다”고 했고, 이후 에이드리언 홍 창은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김한솔을 잃은 것은 실책이었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크리스토퍼 안은 김한솔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 이유에 대해 “나는 아버지를 잃었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안다”며 “김한솔은 어떻게 보면 북한의 독재자였던 김정일의 손자다. 그는 특권적인 삶을 살았다. 그러나 그때 나에게는 김한솔이 그저 가족의 미래를 홀로 책임져야 하는 젊은 친구로 보였다. 계급이나 빈부, 정치적 상황을 떠나서 말이다. 그래서 김한솔을 만났을 때 ‘나는 너를 이해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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