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름 속 한국에 위로 건넨 ‘미나리’

입력 2021-04-2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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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판씨네마)
(사진제공=판씨네마)

“미나리가 얼마나 좋은 건데. 잡초처럼 아무 데서나 막 자라니까 누구든지 다 뽑아 먹을 수 있어.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다 뽑아 먹고, 건강해질 수 있어. 미나리는 원더풀, 원더풀이란다!”

영화 ‘미나리’ 속 할머니 순자가 손주에게 풀어놓은 미나리 예찬이 전 세계에 통했다. 1980년대 낯선 미국 땅에 뿌리내리려 분투하는 한인 가족의 이야기가 세계인의 공감을 얻으며 제93회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에서 한국의 배우 윤여정에게 ‘여우조연상’이라는 선물을 안겨줬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시름하는 한국 사회에 큰 위로를 건넸다. 25일(현지시간) 시상식이 열린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윤여정” 이름 석자가 불리자 방송을 보던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 순간 만큼은 하나였다.

정치권도 모처럼 한 목소리로 축하했다.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26일 논평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수상 이후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역사를 또 다시 썼다”며 “윤여정 씨의 수상이 모든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가 되길 바란다. 불안과 혼돈 속에서도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도전했던 ‘미나리’ 속 주인공들처럼, 연대와 사랑으로 지금의 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갈 수 있길 희망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도 “오늘은 102년 한국 영화사에 영원히 기억될 날”이라면서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극복의 에너지와 생기를 불어넣어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나리는 미국으로 건너간 우리 이민자들의 삶을 다룬 영화”라면서 “그렇기에 미나리는 영화를 넘어 대한민국 역사이고, 대한민국을 일궈낸 우리 선배세대들의 삶 그 자체”라고 했다.

영화계에서도 축하 메시지가 이어졌다. 영화 ‘밀양(2007)’으로 한국 배우 최초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배우 전도연은 “모두가 믿어 의심치 않았던 수상 소식”이라며 “진심을 담아 온 마음으로 축하드리며 큰 기쁨을 마음껏 누리시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윤여정과 많은 작품을 함께한 임상수 감독은 “자유롭고 젊은 영혼을 가진 사람이 이뤄낸, 부러울 정도의 짜릿한 성공”이라며 “‘미나리’는 초저예산 영화라 매니저도 못 데려간 것으로 안다. 모두가 고생한다고 했는데, 윤 선생님이 자유롭고 젊으니까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방영된 tvN 예능 프로그램 ‘윤스테이’에서 윤여정과 함께 출연했던 배우 최우식과 정유미, 박서준도 축하를 보냈다. 지난해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했던 최우식은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방송으로 지켜보는 동안에도 모두가 가장 바라고 또 바랐던 일이었는데, 보면서도 울컥했다”고 말했다.

앞서 ‘미나리’는 스티븐 연과 윤여정이 각각 남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 후보에 지명됐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아카데미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미국 사회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영화 산업의 본고장이자 이방인에 대한 배타심이 강한 미국에서 한국계 영화인들이 주축이 돼, 한국인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주목할 건 ‘미나리’가 ‘이민자의 나라’ 미국에서 소수 중의 소수인 한국인 이민자들의 특수성과 보편성을 포근히 조명해 인종을 뛰어넘어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미국 아칸소로 이주해 고된 삶도 마다하지 않은 부부와 어린 자녀, 여기에 딸 부부를 돕기 위해 먼 이국 땅까지 날아간 친정엄마. 바퀴 달린 컨테이너 집에서도 이들은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으로 공감을 자아낸다. 척박한 땅에서도 잡초처럼 쑥쑥 잘 자라는 미나리처럼.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온 가족이 서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현재 상황과도 잘 맞아떨어지며, 팬데믹 시대에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괜찮아요. 걱정하지 말아요. 다 잘 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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