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며들다'.
윤여정에게 스며든다는 뜻으로, 요즘 MZ세대가 배우 윤여정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젊은 세대가 윤여정에게 윤며들은 이유는 그의 솔직함과 당당함, 그 속에 묻어나는 연륜 덕분이다. 또 할 말은 당당하게 하지만 절대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다. 남을 깎아내리지도, 허세에 가득 차 자신을 추켜세우지도 않는다.
25일(현지시간) 아카데미 조연상 트로피를 거머쥔 이 날도 윤여정은 당당하면서도 배려심 넘치는 수상 소감으로 아카데미를 '윤며들게' 만들었다. "다섯 명의 후보가 각자의 영화에서 다른 역할을 했다. 제가 운이 더 좋아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 어떻게 글렌 클로스 같은 대배우와 경쟁을 하겠나? 나는 그녀의 영화를 수없이 많이 봤다. 5명 후보가 모두 각자 다른 영화에서의 수상자다."
사실 윤여정은 오랫동안 젊은 세대와의 소통에 대해서 말해온 사람이었다. 2017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남북통일도 중요하지만, 세대 간 소통이 더 시급하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는 낡았고 매너리즘에 빠졌고 편견을 가지고 있잖아요. 살아온 경험 때문에 많이 오염됐어요. 이 나이에 편견이 없다면 거짓말입니다. 그런데 어른들이 젊은이들에게 '니들이 뭘 알아?'라고 하면 안 되죠."
정작 윤여정은 낡지 않았고 매너리즘에도 빠지지 않았다. 늘 도전을 말해왔던 그는 항상 새롭고 도전이 가득한 행보를 추구했다. 덕분에 재벌 집안의 안주인(돈의 맛, 2012)부터 박카스 할머니(죽여주는 여자, 2016)까지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쌓아왔다.
그에게 아카데미 상을 거머쥐어준 미나리 역시 멈추지 않는 도전 정신에서 시작됐다. 올해 초 SBS 문명특급과의 인터뷰에서 윤여정은 저예산 미국 독립 영화 미나리에 출연한 이유로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선 지금 감독들이 다 나한테 '선생님 좋으실 대로 연기하라'고 한다. 이런 환경에 있으면 난 괴물이 될 수 있다. 그게 매너리즘이지 뭐냐?"
무엇보다 윤여정의 말에는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는 태도가 묻어난다. "한때 비호감 1위였다", "나는 늙었다"고 말하는 당당함에서 50년동안 한결같이 연기인생을 걸어온 자기 인생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난다.
지난달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메릴 스트립으로 불리던데"라는 기자의 질문에 윤여정은 이렇게 답했다. “그분과 비교된다는 데엔 감사하게 생각합니다만 저는 한국 사람이고 한국 배우다. 제 이름은 윤여정이다. 저는 그저 저 자신이고 싶다"
그저 저 자신이고 싶다고 말한 윤여정은 한국 최초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으로 전무후무한 자신만의 길을 걷는 배우가 됐고, 세대를 아울러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스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