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세 원로배우 윤여정에 열광하는 이유? “인생 자체가 미나리”

입력 2021-04-26 16:12 수정 2021-04-29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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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캐릭터 가리지 않는 ‘생계형 배우’
다양한 작품서 연기 스펙트럼 넓힌 기회
꾸밈없는 솔직·담백 화법에 젊은 층 열광

▲배우 윤여정이 25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최우수 여우조연상을 받고 기자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배우 윤여정이 25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최우수 여우조연상을 받고 기자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배우 윤여정(74)이 스크린 데뷔 50년 만에 한국 배우 첫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26일(한국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영화 ‘미나리’의 윤여정이 호명됐다.

윤여정은 1966년 TBC 3기 탤런트 공채 합격을 계기로 연기를 시작했다. 이후 TV 드라마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다 1971년 독창적 세계관을 가진 김기영 감독의 영화 ‘화녀’로 제10회 대종상영화제 신인상·제8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제4회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단숨에 ‘연기파’ 배우로 등극했다.

전성기였던 1974년, 결혼을 계기로 미국으로 이주하며 긴 공백기를 가졌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고, 결국 13년 만에 마침표를 찍게 된다. 당시는 이혼이 많지 않았던 시대. 그는 두 아들을 키우기 위해 작품과 캐릭터를 가리지 않고 일하는 ‘생계형 배우’가 됐고, 비중은 크지 않았지만 다양한 작품을 통해 쌓은 경험은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는 기회가 됐다.

▲영화 ‘미나리’ 속 한 장면. 윤여정은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 감독의 영화 ‘미나리’에서 1980년대 미국 남부 아칸소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할머니 ‘순자’ 역을 맡아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출처=네이버 영화)
▲영화 ‘미나리’ 속 한 장면. 윤여정은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 감독의 영화 ‘미나리’에서 1980년대 미국 남부 아칸소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할머니 ‘순자’ 역을 맡아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출처=네이버 영화)

윤여정은 파격적인 역할을 마다치 않았다. ‘고령화가족’(2013)·‘그것만이 내 세상’(2018)에서 희생적인 어머니, ‘돈의 맛’(2012)에서는 남자 부하직원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재벌가 부인, ‘죽여주는 여자’(2016)에서는 탑골공원 주변에서 성을 파는 박카스할머니로 변신했다.

윤여정은 과거를 돌아보며 “하고 싶은 사람과 하고 싶은 작품을 골라 하는 것이 60대 이후 누리는 사치”라고 말하기도 했다.

2013년부터 ‘꽃보다 누나’에 이어 ‘윤식당’(2018)·‘스페인식당’(2019) 등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젊은 세대까지 호응을 이끌었다. 연기 인생 55년간 윤여정의 굴곡진 삶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특유의 ‘솔직 화법’에 선·후배 연기자는 물론이고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지난 24일 OCN 특집방송 ‘윤스토리’에서 이순재는 “‘미나리’를 보면 극적으로 드라마틱하거나 오버액션하지 않으면서도 잔잔하게 한국의 할머니 상을 보여줬다”면서 “윤여정은 캐릭터를 창조하는 능력과 의지를 가진 배우”라고 칭찬했다.

▲윤여정의 스크린 데뷔작 ‘화녀’ 포스터. 윤여정은 1971년 이 영화로 제10회 대종상영화제 신인상·제8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제4회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단숨에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출처=네이버 영화)
▲윤여정의 스크린 데뷔작 ‘화녀’ 포스터. 윤여정은 1971년 이 영화로 제10회 대종상영화제 신인상·제8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제4회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단숨에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출처=네이버 영화)

문소리도 “‘미나리’에서 윤여정 선생님이 등장하시자마자 줄줄 울었다. 저도 할머니와 지냈던 시간이 많아 ‘할머니가 정말 우리를 구하러 오셨구나’라고 느낀 적이 있었는데 그 시절과 너무나 딱 들어맞으면서 정서의 깊숙한 곳을 확 찌르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영화 ‘하녀'를 함께 했던 이정재는 “굉장히 꾸밈없이 담백하게 연기하시는 모습을 매 작품에서 볼 수 있다. 담백함 속에서도 힘이 있고, 날카로운 지점들이 있어서 또 다른 색깔과 에너지가 있는 배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여정은 “내 마음대로 하는 환경에서 일하면 괴물이 될 수 있어. 그게 매너리즘이지”, “젊은 사람들이 센스가 있으니 들어야지. 우리는 낡았고 편견이 있잖아. 그런데 젊은이들에게 ‘니들이 뭘 알아?’라고 하면 안 되지”라면서 ‘탈(脫)권위’와 ‘도전’을 말한다. 용감하고 직설적인 그의 연기는 윤여정의 실제 인생과 겹쳐 더 큰 반향을 일으킨다. 75세 원로 배우 윤여정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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