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반도체시장 회생책은 없나?

입력 2008-12-3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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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산은 근본적 처방 아냐...'구조조정'이 필수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IT수요 부진 여파로 전 세계 반도체시장의 위기감이 점차 고조되는 가운데 각국의 주요 메모리 반도체업체들은 현재 생존을 위한 자금 수혈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12월 들어 각국의 주요 메모리 반도체업체들에 대한 정부와 금융기관의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우선 현금 고갈이 임박했다는 평가속에 파산 우려가 가장 높았던 독일 키몬다는 주정부와 인피니온, 그리고 포르투갈 소재 은행으로부터 총 3억2500만 유로를 지원받기로 확정, 향후 1억5000만 유로를 추가로 차입할 예정이다.

한국의 하이닉스 역시 오는 2009년 1월 6일로 예정된 3516억원에 이르는 유상증자와 5000억원 규모의 차입을 통해 총8516억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대만의 프로모스는 내년 2월까지 상환해야 할 사채가 약 3억4000만 달러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대만 정부에 자금지원을 요청했고 현재 마이크론과도 협상중에 있다.

게다가 대만 정부는 자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자금지원의 전제 조건이 업체들간의 합병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일본의 엘피다는 최근 유동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만의 파워칩, 합작사(JV)인 렉스칩 및 프로모스(하이닉스와 제휴관계)와의 합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카모토 유키오 엘피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7일 블룸버그를 통해 "대만 최대 메모리업체인 파워칩을 비롯해 렉스칩,프로모스 등과 합병 논의를 시작했다"며 "4개 회사가 하나로 합병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이처럼 각국 반도체 업체들이 자금 수혈과 더불어 새로운 합종연횡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2007년부터 반도체산업은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올 3분기 부터는 극심한 수요 위축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이같은 어려움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이처럼 늘어나는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대다수 반도체 업체들이 감산으로 현재 대응중이나 이는 반도체시장 회복을 위한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며 업계의 구조조정이 필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는 현재의 반도체 업체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수요가 향후 회복 단계로 접어들게 될 때 다시 증산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기 때문이고 감산은 중장기적인 수급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안성호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대만정부가 한계 상황에 처한 자국 반도체 업체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을 검토하면서 향후 메모리 산업구조 재편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안 연구원은 "이는 시장이 예상했던 반도체업계 재편 시나리오가 아닐뿐 더러 국내 반도체업계의 중장기 사업 전략 수립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시장이 바라는 반도체 수급 개선에 대한 기대가 불투명해 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노근창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각국 반도체 기업들이 정부의 자금지원과 더불어 감산으로 대응하고 있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지만 결국 근본적인 문제로 과잉 공급이 해소되려면 업계의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노 연구원은 대만 반도체 기업들에 대해 "대만 업체들의 감산 효과는 일회성 현물거래(SPOT) 시장에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고정거래(CONTRACT)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대만 업체들을 생산공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원천기술을 보유한 반도체 기업들이 구조조정 될 때 수급의 근본적인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따라서 "이번 경기 침체가 대체 수요 위주의 IT완제품 수요에 얼마나 영향을 줄 지 예단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내년 1분기까지는 국내 반도체 투자에 대해 중립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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