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워킹맘 윤여정의 울림

입력 2021-04-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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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정치경제부장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의 시상식 발언이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큰 화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최고의 수상 소감(Best All-Around Acceptance Speech)’을 내놓은 배우로 윤여정을 꼽았다. 윤여정의 발언 중 “두 아들이 내게 일하러 가라고 종용했다, 아이들의 잔소리 덕분에 열심히 일했더니 이런 결과를 얻었다”는 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윤여정이 ‘생계형’ 배우로서 싱글맘이자 워킹맘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이 발언이 많은 워킹맘의 심금을 울리지 않았을까.

한국에서 워킹맘으로 산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일이다. 사회의식과 직장의식이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여성이 일과 양육을 병행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워킹맘을 더 가혹한 환경으로 내몰고 있다. 교육 현장의 비대면 온라인 수업은 워킹맘의 경제활동을 제한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 연구위원은 22일 발표한 ‘코로나19 고용 충격의 성별 격차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자녀 돌봄 부담 가중 등으로 기혼여성의 노동공급이 제한되면서 고용 충격이 남성보다 여성에 집중됐다”고 밝혔다. 또 39~44세 초등학교 자녀 집단에서 취업자가 비경제활동으로 이행할 확률이 다른 집단보다 1.7%포인트 높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주위 워킹맘들을 만나보면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수업은 이해는 되지만 아이를 집에 혼자 내버려 둬야 할 때는 억장이 무너진다고 하소연을 한다. 정부 당국자나 교육자들이 정책을 펼칠 때 워킹맘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고도 한다.

현 정부도 다양한 워킹맘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라는 비판이 많다. 당장 직장에서 의식이 변하지 않는데 육아를 위해 연차나 반차를 내기가 쉽지 않아서다. 직장 선배가 외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말은 적잖은 충격이었다. 그래도 문재인 정부가 여성·양성평등을 외치며 다양한 정책을 펼쳐왔고 역대 정부도 워킹맘 대책을 내놓았는데, 현장에선 피부에 와닿지 않았다는 말이다. 무엇부터 잘못된 것일까.

현장을 무시한 탁상행정과 양성평등에 대한 사회인식 변화에 대한 고민 없는 주입식 교육 현장이 바뀌지 않는 한 20년 뒤에도 아니 100년 뒤에도 워킹맘들은 같은 목소리를 낼 것이다. 잘못된 양성평등 교육이 결국 가정 내에서도 남녀의 가사 분담이 제대로 안 되고 있어 워킹맘에게 ‘양육독박’이라는 가혹한 일이 당연시되고 있다. 가사분담은 아내를 돕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양육은 서로 함께 같이 이해를 구하고 해나가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현장에서 실효성이 없으면 워킹맘들에게는 그림의 떡과 같다. 양성평등 의식 변화와 여성과 남성의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교육이 선행되지 않는 한 어떤 정책도 실효성을 거두기 힘들다. 당장 교육 현장 전체의 의식 개조가 있어야만 워킹맘들의 울분을 해결할 수 있다. 정책 당국자도 워킹맘을 위한 정책이 아닌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되찾아주는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

26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군 복무자를 국가유공자로 예우하는 제정법률안을 발의할 예정이라면서 “‘군대 간 것이 벼슬이냐’고 비아냥거리는 분들이 있는데 군대 간 것 벼슬 맞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재부에 묻겠다. 군복무 기간을 승진 기간에 포함하는 것이 남녀 차별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항변했다.

김 의원에게 묻고 싶다. 군복무 기간이 승진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그러면 군 미필자의 아르바이트나 다른 사회 경력도 승진 기간에 포함해야 하지 않을까. 차라리 승진 기간을 없애고 능력 위주의 승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낫지 않을까.

P.S. 저와 아내는 둘 다 군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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