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약품청은 1단계 검증 완료…조만간 생산시설 점검 예정
러시아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인 ‘스푸트니크V’를 두고 세계 각국에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브라질 보건당국은 스푸트니크V 백신을 승인 거부한 반면 유럽의약품청에서는 1단계 검증이 완료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7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 통신은 브라질 보건규제 기관인 국가위생감시국 안비사(Anvisa)가 전날 4시간에 걸친 회의 끝에 스푸트니크V의 수입과 사용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안토니오 바하 토히스 안비사 국장은 “러시아 약품의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기관 전문가들의 결론과 견해를 고려해 분석한 결과에 근거해 이루어졌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안비스의 또 다른 책임자는 러시아 백신을 승인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국제사회에서 충분한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며, 스푸트니크V가 미국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브라질 일간 폴랴 지 상파울루는 “스푸트니크V 개발을 지원한 국부펀드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의 키릴 드미트리예프 대표는 국가위생감시국의 승인 거부를 두고 ‘외부의 정치적 압력에 따른 결과’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드미트리예프 대표가 ‘국가위생감시국이 우리에게 요구한 문서는 다른 기관이나 백신 생산업체에 요구한 것과 매우 달랐다. 스푸트니크V가 브라질에 반입되지 못하게 막으려는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안비사는 지난 1월에도 스푸트니크V 백신이 3상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는 등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승인을 거부한 바 있다. 이에 러시아직접투자펀드는 지난달 26일 서류를 보완해 다시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반해 27일(현지시간) 러시아 보건부는 유럽연합(EU)의 의약품 평가·감독기구인 유럽의약품청(EMA)이 스푸트니크V에 대한 1단계 검증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현지 RBC 통신에 따르면 미하일 무라슈코 보건부 장관이 이날 상·하원 의원회의에 출석해 “스푸트니크V에 대한 EMA의 1단계 검증이 완료돼 보고서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조만간 러시아 내 생산 시설에 대한 점검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WHO·EMA 전문가들의 스푸트니크V 생산시설 점검이 5월 10일에서 6월 첫째 주까지 예정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스푸트니크V 백신 개발 지원과 해외 생산 및 공급을 담당하는 러시아직접투자펀드 지난달 4일 EMA가 스푸트니크V 백신 승인을 위한 동반심사(rolling review)에 착수했다고 말한 바 있다. 동반심사란 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과 같은 공중보건 비상 상황에서 의약품이나 백신에 대한 평가를 빠르게 진행하기 위한 절차다.
EMA가 심사 후 승인을 권고하면 EU 집행위원회가 백신의 EU 내 사용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스푸트니크 V 백신은 지난해 8월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개발해 승인했지만, 통상적인 백신 개발 절차와 달리 3단계 임상시험(3상) 전에 1·2상 결과만으로 승인하면서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그러다 지난 2월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랜싯’에 이 백신의 예방 효과가 91.6%에 달한다는 3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RDIF는 앞서 지난 19일 스푸트니크 V를 2회 모두 접종한 러시아인 380만 명에 대한 코로나19 감염률 자료 분석 결과 백신의 예방효과가 97.6%로 나타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