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 최대 규모 사회환원, 이재용 다시 뛰게 하자

입력 2021-04-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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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오너 일가가 고 이건희 회장 유산의 상속세 납부와 사재 출연을 통한 사회환원 계획을 28일 공개했다. 상속세는 12조 원 이상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 전례가 없는 최대 수준이다. 연부연납 방식으로 이달 말부터 5년 동안 6회에 걸쳐 분납할 예정이다.

유족들은 또 ‘이건희 컬렉션’으로 불리는 개인 소장 미술품 2만3000여 점을 국가 박물관에 기증키로 했다. 지정 문화재와 피카소 등의 유명 서양미술 작품이 다수 포함돼 감정가만 2조∼3조 원, 시가는 10조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엄청난 규모다. 이 회장의 사재 1조 원도 출연,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과 소아암·희귀병 어린이 지원 등 의료공헌에 쓰기로 했다.

이로써 이건희 회장 유산의 상속과 사회환원 문제는 매듭지어지게 됐다. 상속세와 사회환원 규모는 이 회장의 계열사 주식과 부동산, 미술품 등 재산의 60%에 이른다고 삼성은 설명했다. 유족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을 강조했던 고인의 뜻에 따라 앞으로도 다양한 사회환원 사업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시 삼성이 직면한 위기와, 이재용 부회장의 수감으로 경영공백을 빚는 상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1년 3개월째 옥중에 갇혀 있다. 지금 미국과 중국, 또 유럽연합(EU)까지 가세한 ‘반도체 패권전쟁’이 격화하면서 삼성이 구축해온 세계 최고 반도체 기업의 지위가 위협받고 있다. 반도체가 흔들리면 한국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이다. 그런데도 삼성의 리더십이 부재(不在)한 상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이 부회장 사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5단체는 27일 청와대에 이 부회장 사면 건의서를 제출했다. 글로벌 반도체 전쟁으로 한국 대표산업이 흔들리는 심각한 위기에 이 부회장의 역할과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이유에서다. 경제계는 이 부회장이 국가와 국민에 헌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례적으로 대한불교조계종 25개 교구 본사 주지들, 유림 대표 조직인 성균관 등 종교계도 사면을 탄원했다. 이 부회장의 사면에 국민 10명 중 7명꼴로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고 보면, 국민적 공감대는 형성됐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계속 외면하고 있다. 정치적·법률적 부담이 크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형평성 논란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의 묶여 있는 손발을 풀어줘 국가를 위한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주는 것이 급하다. 여전히 불안한 코로나19 백신 조달과 관련해서도 그의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에 대한 기대가 크다. 결국 대통령 의지에 달린 문제다. 대통령이 결단하면 된다. 과거에 사로잡혀 미래를 놓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 국익을 위한 판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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