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취임 100일 맞은 바이든, 첫 의회 연설서 2000조 규모 ‘미국 가족계획’ 공개

입력 2021-04-2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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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중산층 위한 교육·보육 등 사회안전망 대폭 확충
중국과 정면 대결 의지 선명
"우리가 첨단기술서 세계 리드 못할 이유 없어"
부유층·기업 증세 통해 재원 확보 방침…거센 반발 예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연방 의회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취임 후 첫 의회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연방 의회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취임 후 첫 의회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올해 1월 취임 이후 첫 의회 합동 연설에서 미국이 이륙할 준비가 됐다며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 경제성장을 선언했다. 아울러 중국과의 정면 대결 의지를 선명하게 나타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밤 열린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보육과 교육, 유급휴가에 대한 새로운 지출과 세제 혜택을 포함하는 1조8000억 달러(약 2000조 원) 규모의 ‘미국 가족계획’을 공개했다. 지난달 발표한 인프라 중심의 ‘미국 고용 계획’도 재차 내걸었다.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이날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천문학적인 정부 지출 계획을 잇달아 소개하면서 로널드 레이건 시대 이후 40년간 펼쳐졌던 미국의 ‘작은 정부’ 시대에도 마침표를 찍었다는 평가다.

이날 새롭게 공개된 ‘미국 가족계획’은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위해 교육과 보육 등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것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는 보편적 공공 교육 대상에 3~4세 프리스쿨과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를 새로 추가, 공공 교육 기간을 기존 12년에서 16년으로 확대한다. 아울러 △정부 장학금 확대 △양질의 저렴한 보육 서비스 제공 △최대 12주 유급 육아휴직 및 병가 보장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 대한 3000달러 이상의 직접 세액 공제 등을 약속했다.

앞서 지난달 내놨던 미국 고용 계획에 대해서도 재차 강조·홍보했다. 그는 미국 고용 계획을 “한 세대에 한 번 나올 법한 미국 자체에 대한 투자이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일자리 계획”이라고 자평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라이벌로 꼽히는 중국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은 21세기에 승리하기 위해서 중국 및 다른 나라들과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및 다른 나라들과 벌이는 21세기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등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가 꼭 필요하다는 논리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배터리, 바이오기술, 컴퓨터 칩, 신재생 에너지 등 미래 기술과 상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지배해야 한다”며 “미국 노동자들이 전기차와 배터리 생산에서 세계를 리드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천문학적인 지출 재원을 충당하는 방법으로는 대규모 증세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나는 연 소득 40만 달러 미만의 국민에는 어떠한 세금 인상도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제는 미국 기업과 가장 부유한 1% 미국인이 정당한 몫을 지급하기 시작할 때”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야당인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중도파와 기업 등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면서 세금 부담은 늘리는 바이든의 지출 계획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밖에 대외 관계에서는 국제적인 위협을 동맹국과 함께 극복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으며, 중국에 맞서 미국의 이익을 수호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동맹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외교력과 엄중한 억지력으로써 미국과 세계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북한과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의 갈등을 원치는 않지만, 방지 차원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강한 군사력을 유지할 것”이라며 “국영기업 보조금, 미국 기술 및 지식재산권 절취 등 미국의 산업과 노동자에 대한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도 대응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크리스 실리자 CNN 선임에디터는 이날 연설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설들이 그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자축하는 소리로 들렸던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쓰면서 의도적으로 전혀 다른 어조를 나타냈다”며 “개인적·정치적 이익을 위해 나라를 분열시키려는 대통령의 4년, 57만5000명의 미국인을 숨지게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1년 동안 싸운 뒤에 나온 우리 인류 공동체에 대한 호소는 매우 중요한 것으로 느껴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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