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치킨집ㆍ빵집ㆍ편의점 골목상권끼리 혈투

입력 2021-05-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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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방방곡곡에 5만여개 점포가 퍼져 있는 편의점이 접근 편의성을 무기로 영역 파괴 바람이 거세다. 치킨에 이어 이젠 고급 빵까지 내놓으며 베이커리 업계를 겨냥한다.

편의점은 벌써 몇년 전부터 치킨을 판매해왔다. 미니스톱을 필두로 GS25와 CU(씨유), 세븐일레븐 등은 1만 원에 불과한 저렴한 가격으로 치킨을 다각화 전략의 선봉장으로 내세웠다.

최근에는 공세를 한층 더 높이고 있다. 요기요와 카카오톡을 활용한 주문·배달 서비스에서 치킨을 찾는 소비자들이 부쩍 늘면서다. 미니스톱은 새 브랜드 ‘치킨퍼스트’를, GS25는 ‘치킨25’에 이어 ‘쏜쌀치킨’을 내놨다. 세븐일레븐도 ‘치킨짱’을 대신해 ‘치킨의 정석’으로 명명해 전열을 가다듬었다.

치킨이 성공적으로 안착하자 베이커리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CU가 지난해 12월 업계 최초로 프리미엄 베이커리인 ‘샹달프 브레드’를 론칭하자 GS리테일은 올들어 GS25와 슈퍼마켓 GS더프레시에 고급 빵 브랜드 ‘브레디크’를 내놨다. 세븐일레븐도 4월 ‘브레다움'을 출시했다.

편의점의 다른 업종 진출은 출점 절벽으로 성장 속도가 둔화된 본사들의 고민에서 시작됐다. 최근 떨어진 김밥과 샌드위치 매출을 메꾸면서 전국 플랫폼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치킨과 베이커리 업계에서는 상도덕에 어긋난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정확한 반발의 주체는 가맹점들이다. 이들은 상권이 무조건 겹칠수 밖에 없어 매출 타격을 크다며 반발한다. 하지만 베이커리와 치킨 본사는 모른 체하는 얼굴이다. 사실 GS리테일의 브렌디크 빵은 파리바게뜨 사업을 하는 SPC삼립이 납품한 제품이고, 세븐일레븐이 파는 치킨의 일부 원재료와 설비는 BBQ 가맹 사업을 하는 제너시스BBQ가 공급하고 있다. 편의점의 영역 파괴는 편의점 본사와 베이커리·치킨 본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인 것이다.

그러는 사이 베이커리와 치킨 가맹점들은 전국 5만 여개 경쟁자를 맞닥뜨리고 있다. 혈투는 오로지 가맹점을 차린 골목상권 자영업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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