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신임 원내대표 선출되면서 주호영 원내대표는 직을 내려놓고 평의원 신분으로 돌아가게 됐다. 주 원내대표는 추후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출마가 유력한 상황이다. 다만 영남권 대표가 나오면 원내대표와 더불어 '도로영남당'이 될 수 있다는 점과 권한대행 역할을 하는 동안 쌓여온 불만 등 위험요소가 많아 주 원내대표의 당 대표 도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 원내대표의 차기 당권 도전을 위한 가장 큰 위험요소는 김 의원이 당선된 점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의원이 영남 출신이라 역시 영남 출신인 주 원내대표가 당 대표로 선출되면 국민의힘이 '도로영남당'이라는 이미지를 얻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국민의힘은 전날 오전 국회 도서관 지하 대강당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했다. 김기현 후보는 예비경선에서 34표로 1위를 차지했고, 결선 투표에서 66표를 얻어 새 원내대표가 됐다.
주 원내대표는 후임 원내대표로 당선된 김 의원을 축하했지만, 속은 그렇지 않았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남 원내대표가 나오면 당 대표 도전에 불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주 원내대표가 당 대표 출마에 유리하도록 김 의원이 아닌 다른 후보를 지지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도로영남당 프레임'을 우려하며 "영남에서 원내대표가 되기 때문에 당 대표를 다시 영남에서 가져간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도 "주 원내대표가 김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면 영남 대 영남 구도가 되니깐 다른 후보를 세게 밀었다는 후문들이 나왔다"며 "(김 의원 당선으로) 주 원내대표의 당권 도전 행위는 빨간불이 켜졌다고 봐도 아주 무방하다"고 밝혔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물러난 후 주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으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합당을 무리하게 추진했던 점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주 원내대표의 행동이 차기 당권을 노리려는 태도로 읽혀 반감을 샀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에 더해 합당을 이뤄내지도 못하면서 욕심만 부린 꼴이 됐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한 비대위원은 "(주 원내대표가)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 안 대표를 이용하고 있었다"며 "주 원내대표는 거기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다"고 전망했다. 한 초선 의원은 "며칠 전에 안 대표를 만난 건 오바했다"며 "자기가 왜 그걸 하냐"고 비판했다.
합당이 이뤄지지 못했기에 위험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주 원내대표는 권한대행으로서 안 대표를 향해 합당 의견을 내놓으라고 압박했지만, 임기가 끝나기 직전인 28일에서야 두 사람이 만나 합당 원칙을 논의하는 선에 그쳤다. 국민의힘 한 비대위원은 "(국민의당과 합당을 위한) 일련의 과정들에 대해서 구성원들이 사실상 싸늘하게 등을 돌렸다고 볼 수 있다"고 관측했다.
주 원내대표의 과거 탈당 이력도 문제다. 국민의힘 내부에 친박 세력이 여전히 힘이 강하기 때문에 표심을 얻지 못할 거라는 분석이다.
주 원내대표는 2016년 20대 총선 직전 친박계의 공천 배제로 당시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선거에 나선 이력이 있다. 이후 당으로 다시 들어왔지만, 김무성 전 대표와 함께 탈당 후 바른정당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가 대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지만, TK(대구·경북)의 지지를 크게 받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같은 점이 친박 세력에게 좋지 않게 보여 주 원내대표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거라는 해석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우리 당에 친박 세력이 차지하는 비중들이 상당하다는 생각이 있다"며 "주 원내대표에게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탈당 이력이) 큰 리스크까지는 아니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영향이 있을 거라고 본다"며 "친박 쪽의 지지를 못 받고 있다는 점이 중요한 포인트 같다"고 덧붙였다.
주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으로서 심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당내 불만이 쌓인 점도 위험 요소다. 당 대표 출마를 희망하면서 의사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권한대행으로서 당권을 잘못 사용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한 비대위원은 "집권을 위한 정권 교체를 꼭 해야 하는데 거기에서 자신의 권력을 어떻게든 만들어내기 위해 엉뚱한 수작을 부린 사람들이 있으면 다 짐 싸서 집에 가야 한다는 게 전체적인 구성원들의 기류"라며 "차기 당 대표에 도전하는 주 원내대표의 행보가 불리해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주 원내대표가 심판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이번 후임 원내대표 선출 과정에서 초선 의원들을 향해 특정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는 의혹도 당내 불만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도로영남당'을 막기 위해 노력했던 점과 국민의당과 합당에 계속 목소리를 낸 점 등이 일부 의원들에게 압박으로 다가왔다는 지적이다.
비수도권 한 초선 의원은 "너무 자기 욕심, 개인 욕심부리는 거 아니냐는 압박이 벌써부터 들어가고 있다"며 주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국민의힘 한 비대위원도 "초선 의원들은 등을 싸늘하게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관측했다.
잇따른 우려에 일각에선 주 원내대표가 당 대표에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 원내대표는 당 대표 출마와 관련해 의사를 밝히지 않고 휴식을 취하며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비수도권 한 초선 의원은 "만약에 출마를 선언하면 아주 피해를 볼 것"이라며 "아마 의원들이 직·간접으로 주 원내대표한테 의사 표시를, 이렇게 하시면 안 된다고 압박이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의힘 한 비대위원도 "(주 원내대표가) 나오지 말아야 한다"며 "주 원내대표는 심지가 약해서 간을 보다가 안 될 것 같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뒤로 빠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주 원내대표가 당선되면) 영남당이라는 이미지가 더 강화된다"며 "당 입장에서 볼 때는 그다지 좋은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신임 원내대표 선출 후 당 대표 도전과 관련해 별다른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다만 "참으로 긴 1년이었다"며 "당분간은 푹 자고 좀 쉬겠다"고 밝혔다. 28일 퇴임 전 마지막 기자간담회에서도 "수차례 말씀드렸듯이 30일 원내대표 선거가 있고 원내대표 임무 수행 중에는 일체 생각 않겠다"면서 "그 이후에 주위와 상의해서 판단하겠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