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제 이후 압구정 매물 24%↓…서울 내 최대 감소폭

입력 2021-05-02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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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등 서울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아파트 매물이 급감했다. 까다로워진 거래 요건 탓이다. 재건축 순항 기대감에 집값은 여전히 천정부지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2일 기준 압구정동 아파트 매물은 455건이다. 서울시가 압구정 24개 단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한 지난달 21일과 비교해 24% 줄었다. 서울 동(洞) 단위에서 가장 큰 매물 감소 폭이다. 토지거래허가제가 발표된 21일과 시행된 27일 사이에만 매물이 16%(93건) 사라졌다.

같은 날 16개 단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영등포구 여의도동도 서울에서 매물이 네 번째로 많이 줄었다. 지난달 21일 여의도엔 매물 444건이 시장에 나왔는데 2일엔 378건으로 15% 감소했다.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되면 실거래와 함께 매물도 감소하는 게 일반적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선 대지지분 18㎡ 초과(주거지역 기준) 주택은 실거주하려는 사람이 아니면 매수가 차단되기 때문이다.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사람들이 토지거래허가제 전에 매수를 서두르면 매물은 급감할 공산이 크다.

여기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약속한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이 여전한 상황에서 거래가 어려워지니 매물을 거둬들이고 더 큰 가격 상승을 기다리는 집주인도 늘고 있다. 집주인으로서도 매도자가 바로 입주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면 집을 팔 수 없기 때문이다. 재건축 조합이 속속 설립되고 있는 압구정동 등에서 조합원 지위 양도도 1주택자 물건 일부를 제외하면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거래 가능한 매물이 갈수록 귀해진다는 뜻이다.

토지거래허가제로 매물은 줄었지만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선 토지거래허가제조차 투기 수요 유입을 막고 재건축 속도전에 나서려는 오 시장 복안으로 해석한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0.10% 올라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전주(前週)와 같은 상승률을 유지했다. 압구정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제 이후 매물 보류가 늘고 있다"면서도 "매물은 줄었지만 수요는 여전해 언제든 신고가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압구정ㆍ여의도동와 함께 14대 단지에서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된 양천구 목동ㆍ신정동(4.0%)은 매물 감소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궤도에 오른 재건축 사업이 집값을 끌어올린 것이란 우려에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된 압구정ㆍ여의도와 달리 목동은 이제 안전진단 절차를 밟는 등 재건축 초기 단계여서 영향이 덜했다는 게 시장 분석이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재건축발(發)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서울 주요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추가 지정됐지만 주택시장 불안은 진정되지 않고 있다"며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된 이후에도 재건축 기대감은 여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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