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오세훈이 간과한 ‘오세훈 효과’

입력 2021-05-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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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재보궐선거 운동 기간에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후보의 유세 현장 몇 곳을 간적이 있다. 유세 차량에 오른 오 시장은 서두에 집값이 올라 쓸 돈이 줄어 시장이 죽고 기업도 힘들다고 지적하며 시장이 되면 한 달 안에 초스피드로 신속한 주택공급을 시작하겠다고 외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대응 '사회적 거리두기'는 업종을 구분하지 않는 일률적 영업제한으로 자영업자 희생만 강요한다고 꼬집었다. 유권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오 시장은 취임 후 '첫날부터 능숙하게'라는 선거 캠페인처럼 바쁘게 움직였다.

취임 직후 코로나19 관련 '서울형 거리두기'를 직접 발표했다. 자영업자들의 희생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일괄적인 영업제한이 아닌 업종별로 탄력적인 방역수칙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보완수단으로 '자가검사키트'를 내놨다. 서울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조건부 허가한 자가검사키트를 물류센터ㆍ콜센터 등 고위험 시설에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오 시장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와 면담했고 서울시를 대표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등 재발 방지책도 내놨다. 여당에서도 진정성 있다는 긍정적 평가를 했다.

부동산 관련해서는 재건축과 재개발 활성화를 위해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정부에 요청했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계속 진행하되, 보완해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결론 내렸다. 원상 복구할 경우 복구비용까지 최소 400억 원의 매몰 비용이 발생해 시민들의 세금을 날릴 수 있고 불편이 지속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역사성을 강화하기 위해 경복궁 앞 월대 복원은 추가하기로 했다. 이 같은 결정은 전임자 사업에 대한 뒤집기 관행의 고리를 끊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같은 오 시장의 광폭 행보에 대해 일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업종별 영업시간 연장 카드는 성급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교육감이 학교에 자가검사키트의 제한적 사용을 추진한다지만 민감도가 낮은 탓에 정확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는 여전하다. 자가검사키트 사용 이후 방역대책에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취임 후 주요 재건축 단지의 집값 급등세가 지속되면서 민간 주도 공급대책은 흔들리고 있다. 민심의 역풍이 두려운 오 시장은 부동산 투기수요 일벌백계로 안정화를 유도하겠다고 칼을 빼 들었다. 하지만 행정력을 통한 단속 강화가 집값 안정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오 시장이 혼자서 바꿀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지만 10년 동안 바뀌지 않던 패러다임의 변화는 보이고 있다.

오 시장은 앞으로 남은 임기 1년간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하는 입장이다. 그렇다 보니 직접 전면에 나서는 일이 많고 움직임도 커 보인다. 한 시대가 저물었고 새롭게 펼쳐질 시대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이럴 때일수록 깊게 생각하고 움직여야 한다. 무리하게 정책을 밀어붙이면 혼란을 자초할 수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부동산 등으로 성난 민심을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따라 오 시장의 입지는 물론 내년 대선의 향배도 요동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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