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3000원 항공권' 비극은 누가 만들었는가

입력 2021-05-0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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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목소리 무시한 정부 조치로 LCC 간 출혈 경쟁 더욱 심해져

저비용항공사(LCC) 간 출혈 경쟁이 극에 달했다. 최근 LCC들은 너도나도 할 거 없이 1만 원 대의 제주행 항공권을 선보이고 있다. 신생 LCC 에어로케이는 청주~제주도 편도 항공권을 3000원에 판매하기도 했다.

저가 항공권 경쟁은 사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에도 있었다. 다만 에어로케이가 본격적으로 비행기를 띄우는 등 LCC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예년보다 낮은 가격의 항공권이 등장한 것이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항공사 간 제살깎아먹기 경쟁은 더욱 격해질 수 있다. 항공사들이 코로나19로 악화된 재정 건전성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승객을 유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3000원보다 저렴한 항공권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LCC 간 출혈 경쟁을 극대화한 장본인은 정부이다. 정부는 2019년 플라이강원과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 등 3개 업체에 사업 허가를 내줬다. 정부 결정으로 국내 LCC가 6개에서 9개로 늘어난 것이다.

정부 발표 이전 항공업계와 학계는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우리나라 여행 수요 및 인구를 고려했을 때 LCC는 이미 많아서다.

실제 우리나라보다 영토가 넓은 독일, 캐나다의 LCC 개수는 각각 5곳, 4곳에 불과하다. 일각의 우려에도 정부는 일자리를 명분으로 LCC 시장 확대를 강행했다.

정부 정책의 후유증은 출혈 경쟁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저가 항공권을 남발하다 재무구조가 부실해진 LCC는 도산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부채가 늘어났으니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LCC 간 출혈 경쟁의 교훈은 분명하다. 경제 논리를 무시한 정책은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을. 피해 사례가 있음에도 정부는 여전히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정책에만 귀를 기울이고 있다.

현 정부 임기는 내년 5월이면 끝난다. 하지만 잘못된 정책으로 기업들이 입은 피해는 영원할 수 있다. 정부가 남은 기간이라도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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