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질된 마을기업②] 정부 믿고 참여했는데…“사기당했다”

입력 2021-05-06 19:00 수정 2021-05-0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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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1-05-06 17:56)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돈 빌려줬는데 모르는 사이 출자금 낸 사외이사 등재
납품대금 못 받은 농민 최소 9명…금액 약 2억5000만 원
해당 대표 "본인 동의 있었다"…"기업하다 보면 미수 있을수도"

▲경기도 화성시 한 카페에서 만난 백주연(가명) 대표와 오현조(가명·오른쪽) 대표. 두 사람은 A 마을기업의 전 대표 B 씨에게 각각 임금 체납과 납품대금을 받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홍인석 기자 mystic@)
▲경기도 화성시 한 카페에서 만난 백주연(가명) 대표와 오현조(가명·오른쪽) 대표. 두 사람은 A 마을기업의 전 대표 B 씨에게 각각 임금 체납과 납품대금을 받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홍인석 기자 mystic@)

"자격 없는 저를 사외이사로 올렸다니까요."

최근 경기도 화성 모처에서 만난 백주연(가명ㆍ56) 대표는 마을기업과 관련한 피해 사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2시간가량 이어진 대화에서 허탈함에 웃음기도, 사람에 대한 배신감으로 한숨을 쉬기도 했다. A 마을기업 대표와 얽힌 악연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백 대표에 따르면 그가 A 마을기업 전 대표인 B 씨를 알게 된 것은 2014년이다. 두 사람은 화성에 있는 농업기술센터에서 처음 만나 친분을 쌓았다. 이후 B 씨는 A 마을기업의 대표가 됐는데 임차 공간 계약금이 필요하다며 백 대표에게 500만 원을 빌려달라고 했다. 백 대표는 빌려준 돈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B 씨는 이 돈이 마을기업 출자금이라며 맞섰다.

백 대표는 B 씨가 2015년 1월께 자신도 모르게 A 마을기업 사외이사로 선임하면서 문제가 본격화됐다고 밝혔다. 당시 백 대표는 마을기업 조합원이 아닐뿐더러 관련이 없어 사외이사 자격이 없었지만 B 씨는 그의 동의 없이 등재했다. 백 대표 명의로 도장을 파 A 마을기업 운영에 필요한 서류에도 썼다. 이는 마을기업 운영 지침상 '지정 취소'의 사유다.

임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백 대표는 "마을기업에서 월급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외이사 월급을 빼돌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A 마을기업에서 농약 검사를 해주면 월급으로 100만 원을 주겠다고 했지만 한 푼도 받은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백 대표는 빌려준 500만 원과 함께 그가 받아야 할 보수, 보험과 법정이자 등을 합하면 2500만 원에 이르는 금액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백 대표는 해당 내용을 담은 내용증명을 B 씨에게 수차례 보냈다.

B 씨는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본인이 동의하지 않았는데 임의대로 사외이사에 임명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 뒤 "무자격자가 아니었고, 이사회를 통해 본인 동의로 임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급여를 못 받았으면 노동법으로 (고발) 하면 될 일이고, 급여를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없다"며 "내용증명서도 받은 적 없다"고 주장했다.

A 마을기업을 둘러싼 잡음은 백 대표뿐만이 아니었다. A 마을기업에서 납품대금을 받지 못한 사업자는 최소 9명으로 확인됐다. 피해액은 2억5000만 원가량이다. A 마을기업에 3년간 참기름 등을 납품한 한 농민은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행안부에 감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행안부에 B 씨가 A 마을기업의 실질적인 대표 역할을 했는데도 서류에는 왜 다른 사람이 대표로 기재돼 있는지, 왜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지 등을 조사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B 씨는 "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도나는 기업도 있지 않으냐"며 "그분(피해 농민)들 전화를 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미수금을 정리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피해를 본 농민들은 행안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피해 농민들은 "정부기관이 하는 사업이라 믿고 시작했는데 돈을 못 받는 등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사실상 사기를 당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허철무 호서대 벤처대학원 교수는 "양적 성장보다는 부실한 곳을 살피고 사기성 문제를 일으키는 마을기업은 퇴출해야 한다"며 "행안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마을기업 실태를 파악해 거래처와 소비자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A 마을기업은 지난해 철수를 결정해 소재 파악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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