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적시 생산’의 종말...반도체 대란·전기차 전환이 촉발한 생산시스템 변화

입력 2021-05-04 15:24 수정 2021-05-0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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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4개월치 재고 비축
폭스바겐, 배터리 자체 조달 위해 공장 건설

▲중국 허베이성 우한에 위치한 둥펑혼다 생산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차량 조립을 하고 있다. 우한/AP연합뉴스
▲중국 허베이성 우한에 위치한 둥펑혼다 생산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차량 조립을 하고 있다. 우한/AP연합뉴스
자동차 업계의 오랜 생산시스템인 ‘적시생산방식(Just in time, JIT)’의 수명이 다해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초래한 공급망 붕괴와 전기차로의 전환이 JIT 시대의 종말을 가져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자동차 공급망의 고효율을 상징하는 JIT가 50년 만에 큰 전환기를 맞고 있다. JIT의 기본 개념은 낭비를 피하는 것으로, 차량 조립 몇 시간 혹은 며칠 전 부품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매일 또는 매 시간 요구되는 자재를 소량으로 조달해 재고를 최소화하고 창고 및 인력 비용을 줄이는 게 목표다. ‘린 생산(lean production)’이라고도 부르는데 1950년대 중반 일본 도요타가 개발한 이후 반 세기 넘게 자동차 생산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는 코로나19에 이어 화재, 겨울폭풍 등 잇단 사건을 경험하면서 JIT로는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다는 점을 자각하게 됐다.

아슈와니 굽타 닛산 자동차 수석 운영책임자(COO)는 “적시 방식은 효율적 공급망과 규모의 경제를 위해 고안된 것”이라면서 “전례 없는 코로나19 위기로 기존 공급망 모델의 취약성이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급증하는 수요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JIT의 한계가 드러났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자동차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1분기 포드는 인기 차종인 F-150 픽업트럭을 20만 대 판매했다. 1분기 기준 13년 만에 최대치다. 당분간 수요가 계속 늘어날 전망인데 문제는 공급이다. 반도체 품귀 현상에 생산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지난달 시작된 생산 차질은 이달 중순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이로 인한 손실만 25억 달러(약 2조8000억 원)로 추산된다.

2월 중순 텍사스를 강타한 겨울폭풍 여파로 미국 레진 공급의 85% 차지하는 공장들이 폐쇄됐다. 레진은 자동차 범퍼와 운전대 등 제작에 사용된다. 3월 말 도요타는 레진 부족으로 미국 내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RAV4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포함한 인기 차종 생산이 타격을 받았다.

이에 자동차 업체들은 효율성을 접고 주요 부품, 특히 반도체처럼 대체 불가능한 부품의 재고를 쌓아두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섰다. 도요타는 4개월치 부품 재고를 쌓아두고 있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다른 업계는 반도체 같은 주요 부품의 경우 수년치 재고를 쌓아두고 있다”면서 “더 많은 재고 확보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기차로의 빠른 재편도 기존 방식 탈피를 압박하고 있다. 전기차가 리튬 이온 배터리와 반도체 등 최단 공급망 부품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은 자체 배터리 생산을 위해 6개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고 제너럴모터스(GM)도 연간 수십만 개의 배터리 생산을 목표로 LG화학과 23억 달러를 투자해 오하이오에 공장을 짓고 있으며 제2부지도 물색 중이다.

이 같은 생산 방식은 전기차 업계 선두주자인 테슬라의 뒤를 따르는 것이다. 테슬라는 파나소닉과 합작해 네바다주에 50억 달러 규모의 기가팩토리를 건설했다. 이곳에서 배터리 생산 시설도 운영하고 있다.

테슬라는 전략적 원자재를 대부분 자체적으로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작년 9월에는 노스캐롤라이나 광산에서 리튬을 채취할 수 있는 계약도 체결했다.

일론 머스크 CEO는 니켈도 직접 확보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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