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위기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학가에서 구조조정이 획일적인 정원 감축 유도보다는 필요할 때 다시 정원을 늘릴 수 있는 ‘모집정원유보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6일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따른 정원미달 사태와 등록금 동결 및 코로나19 등으로 재정 위기에 처해 있는 대학들의 경쟁력 강화 방안 모색을 위한 '고등교육 위기 극복과 재정확충 방안 마련'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황홍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사무총장은 "OECD 수준으로 국가가 고등교육 재정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간 등록금 동결에 따라 (올해 6951억 원에서) 내년에는 대학혁신지원사업비를 2조 원 늘려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황 사무총장은 ‘모집유보정원제’ 도입도 제안했다. 그는 "새로운 학과를 만들거나 학부 정원을 대학원으로 돌릴 때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며 ”모집유보정원제가 탄력적 정원 운영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과 개편 준비가 이뤄지지 않은 대학들이 많은데 현실에 맞춰 구조조정을 할 수 있게 시간을 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모집유보정원제는 대학마다 정해져 있는 현행 정원제에서 대학이 스스로 탄력 있게 정원을 조정할 수 있는 제도다. 신입생 충원율이 낮아 재정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문제 대학으로 낙인이 찍히고 신입생 모집이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을 막기 위한 취지다.
일률적 대학 평가가 지방대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최일 동신대 총장은 “획일적 방식에서 대학 자체 구조조정 계획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재정지원도 거기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대학 구조조정은 정부가 주도하는 정원 감축이 주를 이뤘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 당시 7만1134명, 이명박 정부도 3만6164명의 대학 정원을 감축했고 박근혜 정부도 6만614명의 정원을 감축시켰다. 주 타깃은 지방대와 전문대였다. 문재인 정부 이후 과거 대학 정원 감축이 지방대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고 지원과 연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율적인 정원 감축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정원 감축을 대학 자율에 맡기는 대신 신입생 충원율 평가 배점을 10점에서 20점으로 높였다. 이번 달부터 평가가 시작되는데 지방대들이 먼저 학과 통폐합 등 정원 축소에 나서면서 재학생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대학 정원 외 특별전형을 폐지하고 전체 대학이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은 “전체 대학 정원의 10%를 감축하면 지방대 입학정원은 2021년 약 30만 명에서 2024년 27만 명으로 3만 명 감축된다”며 “전체 대학 정원 감축으로 지방대 몰락을 막을 수 있고 대학 교육여건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우 총장은 “대학 정원 외 모집도 단계적으로 정원 내로 전환하되 사회적 배려 대상자의 대학 진학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정원 내 일정 비율 선발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수도권 대학은 정원 내 모집인원을 줄이면서 정원 외 모집은 늘리는 입시 정책을 펴왔다”며 “수도권 대학의 정원 외 모집은 입학자원이 급감하는 지금 지방대 공동화와 수도권 집중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올 하반기에 이러한 문제를 종합한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방안과 더불어 고등교육 혁신 전략에 대한 방향을 5월 말까지 준비하기 위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정 문제가 핵심인데 이 부분을 풀기 위해 국회와 상임위와 협의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