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까지 출동...프랑스 vs. 영국, 저지섬 조업권 놓고 갈등

입력 2021-05-0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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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무장 함정 급파...프랑스도 순찰선 보내
브렉시트 후 새 어업규정으로 프랑스 어선 조업량 제한
프랑스, 저지섬 전력 차단하겠다 으름장
양측, 새 규정에 대한 차이 좁히기로 선언

▲프랑스 어선들이 6일(현지시간) 저지섬 인근 해역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뉴시스
▲프랑스 어선들이 6일(현지시간) 저지섬 인근 해역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뉴시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 4개월 뒤 영국과 프랑스가 어업권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양국은 영불해협 저지(Jersey) 섬에 함정과 순찰함까지 급파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며 일촉즉발의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어선 60척은 이날 새벽 영국령 저지 섬 세인트 헤일러 항구로 모여 브렉시트 후 맺은 어업협정이 불공정하다며 시위를 벌인 뒤 오후 해산했다.

영국 해군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지시로 전날부터 '해상에서의 안전을 위한 예비 조치'를 이유로 무장 순찰함 두 척을 영국과 프랑스 사이 영불해협으로 파견했다. 이에 맞서 프랑스도 비무장 해안 순찰선 2대를 급파했다. 다만 이날 오후 양측이 프랑스 어선에 대한 새 요건 관련 이견을 좁히기로 선언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다소 누그러졌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저지 섬은 영국령이지만 영국보다는 프랑스 노르망디 연안에 가깝다. 인구 10만8000명의 저지섬은 자치 정부를 두고 있으나 영국에서 국방력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1월 영국이 EU와 완전히 탈퇴하고 나서 저지 섬 측은 인근 해역에 프랑스 어선이 접근할 수 있는 허가를 개별적으로 내주겠다는 방침을 정했고, 이에 따라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저지섬 위치. 영국령이지만 영국보다 프랑스에 더 가깝다. 출처 BBC·구글
▲저지섬 위치. 영국령이지만 영국보다 프랑스에 더 가깝다. 출처 BBC·구글

프랑스는 브렉시트 이후 저지 섬이 자국 어선을 상대로 조업 허가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십 년간 프랑스 어선은 EU 법적 테두리 안에서 저지 섬 해역에서 조업을 해왔다.

하지만 이달부터 새로운 어업규정을 도입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저지 섬 측이 새로운 요건을 도입하며 프랑스어선의 조업량을 제한하고 나선 것. BBC에 따르면 이달 발효된 브렉시트 후 어업규정에 따라 저지 섬 측은 2017년 2월부터 지난해 1월 사이에 조업량을 기준으로 프랑스 어선 41척에 대한 저지 섬 해역에서의 새로운 조업권을 부여했다. 문제는 41척의 프랑스 어선 중 17척이 예상보다 훨씬 적은 접근 권한을 부여받았다는 점이다. 저지 섬은 프랑스 어선이 추가 자료를 제출하면 조업 허가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프랑스 측은 모든 어선에 적용되는 신규 조항에 대한 어떤 협의나 공지도 없었으며 저지 섬 정부가 조업 장비 종류까지도 제한한다며 조업규정의 불공정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아니크 지라르댕 프랑스 해양부 장관은 해저 케이블을 통해 저지 섬에 공급되는 전력을 차단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저지 섬은 전력 사용량의 95%를 프랑스에 의존하고 있다.

저지 섬은 영국령이긴 하나 영국의 일부는 아니고 유럽에 속한 것도 아니어서 이번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상당히 복잡한 문제라고 NYT는 지적했다. 양측의 갈등이 고조되자 EU는 프랑스 측 편을 들었다. EU는 저지 섬이 프랑스 어부들을 차별하는 새로운 규정을 철회하도록 영국이 압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영국은 어업이 가지는 경제적 중요성은 크지 않지만, 총리까지 직접 나서서 저지 섬 이슈를 챙기는 것은 그만큼 브렉시트 이후 영국 내 정서적, 상징적 중요도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영국 언론이 저지 섬 갈등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으며 더타임스, 더 선 등 일부 언론은 '전쟁'이란 단어까지 언급하며 영국 어부 측의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CNN은 양국의 갈등이 전쟁과 같은 물리적인 충돌로 번질 가능성은 작지만 이번 충돌은 브렉시트 후 EU와 영국 간 국제 분쟁이 계속될 것이라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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