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뉴딜의 장밋빛 전망 아래 그림자가 드리울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기존 산업 종사자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친환경 산업으로 전환을 강제하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위기가 닥치기 전 미리 대비하는 '정의로운 전환'(공정전환)을 강조한다.
11일 산업계에 따르면 친환경 산업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이 많은 업종 종사자들이 대량 실업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들 업종이 집중된 지역은 경제적 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크다는 지적이다. 산업 전환으로 막대한 전환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전환비용은 산업 전환 과정에서 기존 산업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말한다. 전기차 시장 성장으로 일자리를 잃은 내연기관 자동차 부품사 노동자들의 재취업 지원 예산을 예로 들 수 있다.
경희대 산학협력단(책임연구원 오형나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이 수행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연구용역보고서를 보면 전환비용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은 △비금속 광물제품 △1차 금속 △전기 및 가스공급 △항공운송 등이다. 탄소집약도(온실가스 배출량을 부가가치로 나눈 값)가 전체 평균보다 높은 업종이 선정됐다. 석유화학 계열 업종의 전환비용도 높을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은 상위 업종과도 일치한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은 업종으로는 △전기 및 가스 공급 △1차 금속 △화학 물질 및 화학제품 △코크스, 연탄 및 석유 정제품 △육상 운송 및 파이프라인 △항공 운송 등이 꼽혔다.
보고서는 공정전환을 위한 재정 지원 비율을 높여야 하는 지역으로 경북, 전남, 충남, 경기, 인천 등을 제시했다. 이들 지역은 주요 산업단지가 있는 곳이다.
전환비용 발생으로 위기가 가시화될 시기는 2030~2035년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EU)이 기간산업을 저탄소 기술로 대체하기로 정한 때와 겹치는 시기다. 산업 전환을 위한 설비 투자가 효과를 낼 시점을 고려하면 최소한 10년 전에는 대비책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형나 교수는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업종은 장기적으로 국내ㆍ외 시장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를 내버려 두면 일자리가 없어지면서 전환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며 "다른 업종으로 전환을 유도하거나 같은 업종 내에서 저탄소로 전환하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