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도입을 놓고 삼성전자 내 사업부 간 상반된 전략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노트북 사업에선 처음으로 OLED를 포함한 신제품을 내놓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지만, TV 사업에선 OLED 도입설에 대해 단호하게 부인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 같은 '평행선'이 차후 좁혀질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TV 사업부가 LCD 패널 가격 상승에 맞서 수익성을 보전하고, 프리미엄 시장 점유율을 놓치지 않기 위해 OLED 시장 도입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달 말 출시한 노트북 신제품 ‘갤럭시 북 프로’, ‘갤럭시 북 프로 360’엔 삼성디스플레이의 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삼성전자가 노트북 제품에 OLED 패널을 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120% 색 표현영역 △100만 대 1 명암비 △블루라이트 비중 최소화 등 해당 패널의 장점을 주요 홍보 요소 중 하나로 삼았다. 꼼꼼한 화면 표현을 위해 OLED 디스플레이를 도입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TV 사업에선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난달 업계에서 “삼성이 LG의 OLED의 패널을 도입하는 것 아니냐”는 설이 번졌다. 그러나 같은 달 21일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장 사장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 IT 쇼에서 기자들과 만나 “LG 올레드 패널 도입 계획은 없다”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이는 여태까지 삼성전자 TV 사업부가 OLED 도입에 대해 보여온 태도의 연장선이다. 이러한 기조는 2013년 OLED TV 생산을 중단한 이후 10년 가까이 이어져 왔다. 지난해 1월 CES 2020에서도 한 사장은 “OLED TV를 안 한다고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라고 했다.
실제로 올해 1분기만 하더라도 삼성전자는 미니 LED 제품인 ‘네오QLED'를 OLED 진영에 대적할 맞수로 내놓으며 노선을 분명히 했다.
변수는 LCD 패널 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우려와 기술 경쟁력이다. 시장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지난달 55인치 LCD TV 패널 가격은 215달러로 5년 4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65인치 패널도 4월에만 5% 가까이 가격이 올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1년 가까이 가격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
문대규 순천향대 디스플레이신소재학과 교수는 “과거 치킨게임으로 지나치게 하락했던 가격이 회복됐다”라며 “사실상 치킨게임은 끝난 상황에다 수요도 아직 탄탄해 당분간은 가격 상승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미니LED 제품 출시로 LCD TV 기술은 한계에 도달했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니LED 상위의 LCD 기술이 없는 건 아니지만, LCD 사업을 포기한 삼성으로선 수익성이 좋지 않다"라고 했다.
업계에선 삼성디스플레이가 하반기부터 양산할 QD-OLED를 삼성전자가 차세대 TV 제품군으로 받아들일지 관심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일 삼성전자가 QD-OLED TV를 생산하게 된다면, OLED 도입을 두고 나타난 사업부별 평행선도 좁혀지게 된다.
남 연구위원은 "시제품 수율과 패널 단가만 맞으면 충분히 채택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삼성의) 과거 발언과 배치되는 면이 있지만, OLED 도입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시기라고 본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