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로] 급등하는 자산 가격, 지키는 투자 전략 필요하다

입력 2021-05-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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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NH농협은행 WM사업부·ALL100 자문센터장

주말마다 한창 돌잔치를 다니던 시기가 있었다. 요즘이야 금값이 정말 ‘금값’이 되어서, 순금 한 돈이 고가의 선물이 되었지만, 십여년 전만 해도 돌 선물로 한 돈짜리 금반지를 준비하는게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최근 몇 년전 부터는 돌 선물로 금반지 대신 작은 ‘금수저’가 등장했다고 한다. 금이 갖고 있는 건강과 장수의 의미에 더해,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처럼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자라기를 기원하는 바람까지 담고 있는 것이다.

사실 ‘금수저’에는 계층의 양극화나 불평등의 심화 같은 부정적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개인이 열심히 노력해서 버는 소득보다 물려받은 자산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면서, 이른바 ‘수저계급론’은 많은 20, 30대 청년들에게 상실감을 주고 있다. 특히, 최근 부동산과 주식 등의 모든 자산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자 여기에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낀 청년들 중에는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를 새로운 부(富)의 기회라 여기고 ‘벼락 거지’가 되지 않기 위해 코인투자 광풍을 거세게 이끌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는 511만 명에 달하며 하루 20조 원을 넘는 거래가 밤낮 없이 이루어지다보니, 일각에서는 제도의 보호권 밖에서 자금세탁이나 환치기, 사기 같은 각종 불법행위에 노출되고 작전세력까지 등장한 암호화폐 투자시장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도 크다. 이렇듯 최근 불거진 ‘코인 논쟁’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여전히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암호화폐의 극심한 변동성이 주는 ‘짧은 기간, 높은 수익’이 상당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잠시 큰 폭으로 하락하다가도 다시 반등하는 모습을 수차례 반복하면서 투자자들은 그 위험성보다는 가능성에 더 끌리는 것 같다.

주식시장의 경우에도 지난해 코로나19로 시장이 대폭락을 겪은 이후 투자에 입문한 사람들이라면, 예적금 금리 대비 훨씬 높은 수익률에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작년 코스피 주가지수만 봐도 연초 대비 25%, 저점 대비 무려 87%의 상승을 보였으니, 어떠한 종목에 투자를 했든 가격은 대부분 상승을 하였고 개인마다 차이는 있어도 역대 최고 수준의 수익률을 달성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작년 5월 이후 0.5%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렇듯 자산시장에서 보여준 ‘고수익률’은 투자자의 기대치를 상당히 높게 끌어올렸다. 자산가격이 상승하는 건 저금리의 영향인데, 예금금리로는 원금을 보존하는 수준이다 보니 투자자금이 주식이나 암호화폐 등에 몰리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풍부해진 유동성은 자산가격 급등에 힘을 보탰다. 염려가 되는 부분은 소위 ‘빚투’나 ‘몰빵투자’로 하락장에 무방비 상태이거나, 이제야 무턱대고 뒤늦게 곁불 쬐듯 투자에 발들인 사람들이다.

금리가 인상되거나 과잉 유동성이 해소가 된다면 자산가격은 어떻게 될까? 얼마전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경제가 과열되지 않도록 금리가 다소 올라야 할지도 모른다”고 발언하면서 나스닥 지수는 이날 1.9%나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원론적 수준의 발언이라고 곧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경기과열이나 자산거품에 대한 경고로 금리 인상을 대비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투자자들은 경기회복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서, 향후 금리인상 및 테이퍼링 같은 긴축정책에 대비하여 미리 투자자산을 점검하고 포트폴리오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 목표수익률을 낮추어 실현가능성을 높이고, 분산투자를 통해 변동성을 줄이며, 지속적으로 시장을 들여다보는 눈을 길러야 할 것이다. ‘돈을 버는 데 지름길은 없다’는 워런 버핏의 말이 마음 바쁜 투자자들에게 잘 와닿지 않더라도,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기대하려면 반드시 위험도 함께 수반한다는 점은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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