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받는 공모펀드]② 수수료는 비싸고 수익률은 낮고 ‘공모펀드 포비아’

입력 2021-05-11 15:09 수정 2021-05-1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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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펀드가 외면받고 있다. 국내 증시를 아끌 대형주의 주가가 주춤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근본적인 원인 이외에도 펀드매니저에 대한 불신, 높은 판매·운용보수 등 이유는 다양하다. 여기에 금융 당국이 사모펀드 사태후 감독의 끈을 바짝 조이면서 판매도 어렵고, 펀드매니저들이 수익을 내기 더 어려워지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이 찍어내기 식으로 유사한 펀드를 계속해서 양산하면서 시장 자체를 ‘레드 오션’으로 만든 탓도 크다.

◇수수료는 비싼데 수익률은 코스피 보다 낮아=11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0일 기준 국내주식형 액티브펀드의 1년 수익률은 62.26%로 집계됐다. 해당기간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의 수익률은 70.79%다.

투자기간이 길수록 수익률을 차이는 벌어진다. 국내주식형 액티브펀드의 3년 수익률은 28.98%, 코스피 200 인덱스펀드는 45.68%다. 코스피200 ETF를 3년 간 가지고 있는 투자자가 액티브 펀드 투자자보다 2배 더 벌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만 3년 들고있었다면 수익률은 60.0%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인투자자들은 펀드에서 돈을 빼 직접투자에 나서는 상황이다. 최근 1년 간 국내 주식시장에서 85조원가량 순매수하는 사이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14조1254억 원이 빠져나갔다.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매매 시 위탁수수료가 무료인데다 ETF 거래 수수료도 무료에 가까운 0.017%(KBSTAR200)까지 내려간 상황에서 1% 수준인 공모펀드 운용수수료는 비싸에 느껴질 수밖에 없다.

특히 판매수수료의 부담이 크다. 2020년 10월 말 기준 주식형 공모펀드의 판매보수는 0.43%, 운용보수는 0.45%로 운용보수만큼 높은 판매보수를 가져가고 있다.

잇단 ‘환매중단’으로 투자자의 신뢰도 잃었다. 주로 사모펀드와 해외 재간접펀드에서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했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펀드 포비아’가 커지는 계기가 됐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펀드에서 환매중단 사태가 발생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고객들이 건전하게 운용되고 있는 공모펀드에서도 자금을 빼나갔다”면서 “요즘엔 펀드를 추천하면 무조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액티브 ETF’시장의 개화는 공모펀드의 위축을 가속화하고 있다. 공모펀드 보다는 운용의 자율성이 떨어지지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 증권사 거래시스템으로 즉시 매매가 가능하고, 평균 보수는 0.3% 수준이다.

◇보수율 등 현실화 방안 필요=금융투자업계는 공모펀드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수수료 수취 방식을 개선하고, 고객에게 포트폴리오 방식의 다각화된 투자를 유도하는 것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현재 판매사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진 판매수수료를 개편하자는 제안이다. 현재 펀드 판매보수 수준은 자산운용사에 의해 결정되고, 자산운용사는 ‘갑(甲)’인 판매사를 위해 높은 수준의 수수료를 제안하고 있다. 메리츠자산운용 등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판매 수수료를 낮추기 위해 운용사가 직접 펀드를 판매하는 직판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지점이 없기 때문에 판매사를 통한 판매에 비해서는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오프라인 창구에서 판매되는 주요 주식형 펀드의 판매보수가 법적 상한에 근접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일반적으로 높은 판매보수 수준이 고객들의 투자성과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운용사는 고객 성과를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상품의 흥행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판매보수를 높게 책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판매사가 펀드가 아닌 고객으로부터 직접 대가를 수취하는 새로운 방식의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판매사 위주의 수수료 책정방식을 바꾸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고객은 판매사가 받아가는 수수료에 대한 인식을 하게되고, 판매사는 새로운 보수 체계를 마련할 유인이 생길 수 있어서다.

영국의 대형 판매사인 AEGON의 경우는 정률적인 보수 정책을 탈피해 고객의 펀드 보유 금액에 따라 다른 보수율을 적용하고 있다. 처음 3만파운드까지는 60bp(1bp=0.01%)를 적용하지만 이를 초과하는 2만파운드에 대해서는 55bp의 보수율을 적용하는 식이다.

판매사들은 고객에게 하나의 펀드만을 추천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상품군의 펀드를 포트폴리오로 만들어 제안하는 것도 공모펀드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다. 현재 판매사들은 개별 공모펀드 상품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권유하여 고객에게 판매하는 행태를 주로 보이고 있다. 권 연구위원은 “고객이 장기적으로 공모펀드 상품에 만족을 느끼고 신뢰를 가지기 위해서는 판매사가 복수의 다각화된 공모펀드 상품을 포트폴리오 방식으로 판매하는 것이 지금보다 훨씬 더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고광수 부산대 경영대학 교수는 지난해 한국증권학회 주최로 열린 '주식형 공모 펀드의 침체 진단과 활성화' 온라인 정책 심포지엄에서 “펀드수를 줄이고 규모를 키워야 한다. 또한 고도의 분산 투자로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글로벌 펀드 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며 “아이셰어즈(iShares)와 비슷한 전 세계 포트폴리오 펀드를 개발하면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의 투자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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