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 진단]증권사 리서치 센터장 “글로벌 증시 덮친 인플레 우려, 가치주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해야”

입력 2021-05-12 15:44 수정 2021-05-1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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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갇힌 모양새다. 기대보다 빠른 경기 회복세가 주가 상승을 이끄는 반면 경기 회복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어서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우려로 글로벌 증시가 모두 약세를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투자 바구니는 인플레이션에 민감한 업종을 중심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12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7.77포인트(-1.49%) 하락한 3161.66에 장을 마감했다. 외국인이 2조7031억 원 순매도, 개인이 2조9794억 원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만 총 5조3163억 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외국인이 주식을 매도하는 것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정보기술(IT)과 같은 성장주를 팔아 차익실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월 들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2조2938억 원), SK하이닉스(6379억 원), SK아이이테크놀로지(4423억 원), 카카오(2079억 원) 등 성장주를 가장 많이 매도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IB에서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을 중심으로 매도콜이 나왔다”면서 “이유는 결국 인플레이션 우려”라고 짚었다.

이어 이 센터장은 “테이퍼링(자산축소)은 결국 진행이 될 거고, 성장주 비중을 줄이면서 필수 소비재나 산업재, 금융재로 갈아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언택트’(비대면)에서 ‘컨택트’(대면)으로 사회구조의 변화도 포착되고 있다. 글로벌 증시를 이끌던 성장주가 빠지면서 증시도 흔들리고 있다. 대만 증시가 급락세를 보이는 이유다.

이 센터장은 “노트북 제조업자 개발생산(ODM)업체를 중심으로 한 대만 상장 기업들의 4월 실적이 기대보다 안 좋게 나왔다”면서 “이는 경제가 리오프닝(Re-opening)되고, 집단면역이 형성되면서 언택트에서 컨택트로 소비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전조현상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모두 하락 요인을 ‘인플레이션’으로 짚었다. 기대보다 경기가 좋아지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고, 이에 따라 미국이 테이퍼링 시기가 가까워졌다고 보는 것이다.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가 6%이상 나온 데다 그동안 침체되어있던 유럽 경기까지 최근 개선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는 더 커졌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연준의 테이퍼링이 언제 구체화될까에 대한 우려가 시장을 누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 연준의 테이퍼링이 2022년 2분기로 예상하는데 그때까지는 주가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균 신영증권리서치 센터장은 “인플레이션이 생기고, 금리가 올라가는 미국의 현상이 국내 시장에도 반영됐다”면서 “결국 저금리 환경하에 지탱되고 있던 것들에 변화가 생기면서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인플레이션 우려는 시장에 이미 반영되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시장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미국 연준의 예상하는 물가 상승률과 시장의 전망치와 차이가 있어서다. 결국,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연준의 통화정책이 글로벌 주식시장의 방향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준은 금리를 올리지 않고, 시장에 풀어진 유동성 흡수도 천천히 하겠다고 말한다. 물가가 2% 내외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는데 시장은 3%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물가가 계속 올라가게 되면 경제 성장을 방해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식시장에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그동안 성장주 위주로 투자했다면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경기 민감주 등 가치주도 담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는 주의해야 한다.

정 센터장은 “인플레이션이 표면화되는 국면에서는 산업재, 소재, 금융을 중심으로 좀 더 유리한 아웃퍼폼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고, 오 센터장은 “가치주쪽으로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최 센터장은 “이 시기를 단기 트레이딩 기회로 삼기엔 불확실성이 크다. 주식을 그냥 보유하고 있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주가가 6개월, 1년 계속 떨어질 것으로 보면 살 이유는 없지만, 물가가 상승했다가 안정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주식시장은 시일 내 회복될 것으로 본다”면서 “경기는 둔화보다는 확장국면을 가져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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