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공소장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적시됐다.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당시 민정비서실 선임행정관)이 조 전 장관에게 이 사건을 보고하면서 “이규원 검사가 수사받지 않도록 해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이 지검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이 비서관은 2019년 6월 20일경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이규원 검사에 대한 수사에 나서자 조 전 장관에게 “이규원 검사가 곧 유학 갈 예정인데 검찰에서 이 검사를 미워하는 것 같다”며 “이 검사가 수사를 받지 않고 출국할 수 있도록 검찰에 얘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비서관과 이 검사는 사법연수원 36기 동기다.
조 전 장관은 이 내용을 그대로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알렸다. 이후 윤 전 검찰국장은 사법연수원 25기 동기이자 친분이 있던 이현철 당시 안양지청장에게 전화해 “김학의에 대한 긴급 출금은 법무부와 대검 수뇌부 및 서울동부지검장 승인 아래 이뤄진 일인데 왜 수사를 하느냐”며 “이 검사가 곧 유학을 가는 데 문제없게 해달라”고 조 전 장관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던 이 지검장 역시 배용원 당시 안양지청 차장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다 협의가 된 건데 왜 이 검사를 수사하느냐”고 항의했다. 이 지검장은 담당인 A 부장검사에게도 수사를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
안양지청 지휘부는 법무부와 대검의 핵심 간부들로부터 동시다발적으로 이 같은 요구를 받자 “이규원 검사에 대한 입건과 추가 수사를 중단하고, 법무부에서 수사 의뢰한 부분만 조사하라”고 수사팀에 지시했다. 결국 당시 수사팀은 이 검사에 대한 수사를 종결했고, 이 검사는 다음 달인 2019년 7월 초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조 전 장관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기자분들의 연락이 많이 오기에 밝힙니다. 저는 이 건과 관련해 어떤 ‘압박’도 ‘지시’도 한 적이 없습니다”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이 지검장의 공소장에는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도 안양지청 수사팀에 대한 수사 방해에 관여한 것으로 적시됐다. 차규근 출입국ㆍ외국인정책본부장은 2019년 6월 25일 A 서기관 등 부하직원들로부터 안양지청에서 조사받은 사실을 보고받고 박 전 장관에게 “안양지청이 김 전 차관 긴급 출금 과정의 문제점을 조사한다”고 알렸다.
그러자 박 전 장관은 곧바로 윤 전 검찰국장에게 “내가 시켜서 직원들이 한 일을 조사하면 나까지 조사하겠다는 것이냐”며 “검찰이 아직도 그런 방식으로 수사하느냐”고 강하게 질책했다. 이에 윤 전 검찰국장은 재차 이 전 지청장에게 항의했고, 안양지청에 수사 중단 압력을 가하고 있던 이 지검장도 문홍성 당시 선임연구관에게 경위 파악을 지시해 보고서를 전달받았다.
결국 안양지청은 같은 해 7월 3일 대검 반부패부로부터 들은 내용에 따라 ‘야간에 급박한 상황에서 관련 서류의 작성 절차가 진행됐고, 동부지검장에 대한 사후보고가 된 사실이 확인돼 더 이상 진행계획 없음’이라는 문구를 기재해 수사를 종결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전날 안양지청 수사팀의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의혹 수사가 중단되는 과정에 관여한 윤 전 국장과 이 전 지청장, 배 전 차장검사 등 3명에 대한 수사기록을 검찰로부터 넘겨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