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무너진 ‘방역모범국’ 대만,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 심화 불안 고조

입력 2021-05-16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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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신규 감염 세 자릿수 기록…타이베이 경보 격상
코로나19 상황 악화 시 반도체 생산에 차질 빚을 수도

▲1월 19일 대만 신주에 있는 TSMC 본사에 회사 로고가 보인다. 신주/로이터연합뉴스
▲1월 19일 대만 신주에 있는 TSMC 본사에 회사 로고가 보인다. 신주/로이터연합뉴스
‘방역 모범국’이라 불리던 대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세 자릿수로 치솟으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이 심화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1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대만 당국은 이날 사상 최대인 185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면서 누적 감염자가 1475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해외에서 유입 사례는 5명이고, 나머지 180명은 역내에서 감염됐다. 이는 대만에서 사상 처음으로 신규 감염자 수가 세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물론, 지금까지 누적 164명에 머무르고 있던 역내 감염자 수를 불과 하루 만에 넘어선 것이다.

급격한 확산세에 따라 대만 정부는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수도인 타이베이시와 인근 신베이시의 경보 수준을 끌어올렸다. 지난 11일 총 4단계의 경계 수준 가운데 가장 낮은 1단계에서 2단계로 상향 조정한 데 이어, 이번에 다시 3단계로 격상시켰다. 5인 이상의 회식이나 실외 10인 이상의 모임은 금지된다. 대만 전역에서는 접대를 수반하는 음식점이나 헬스클럽, 사우나, 노래방 등 시설의 영업이 금지됐으며,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외출 시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경우에는 최대 1만5000대만달러(약 61만 원)의 벌금을 부과받는다.

문제는 대만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가 위치한 반도체 생산 핵심국가라는 점이다. 물론 당장은 새로운 규제가 신주에 위치한 반도체 제조 허브에는 적용되지 않아 글로벌 반도체 수출에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다만 대만이 코로나19 억제에 실패해 상황이 계속해서 악화할 시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는 남아 있다.

토니 푸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대만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사태가 심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대만의 감염 급증이 아직 소비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지만, 한 달 넘게 증가세가 이어지고 남부 제조업 중심지까지 바이러스가 확산할 때는 소비와 반도체 등 기술 기업의 생산 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최악의 시나리오지만 이것이 이어져 감염원 불명의 사례가 증가하고 북부 지역 밖까지 코로나19가 확산해 공장이 폐쇄되고 생산이 중단되는 상황이 벌어지면, 올해 대만 경제에는 이중고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만의 반도체 생산은 가뜩이나 56년 만에 닥친 기록적인 가뭄으로 비상이 걸렸던 상황이다. TSMC 공장은 하루 20만 t의 물이 필요한데, 올해 극심한 가뭄에 따른 물 부족 사태에 직면한 것이다. 이에 따라 TSMC는 산업 폐수를 정수해 공정에 재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공장을 지어 올해 말부터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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