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선언만으로 표준특허가 되는 것은 아니고 기술별로 표준특허를 공동 관리하는 특허풀(pool)에 가입하거나, 특허풀이 없다면 개별적으로 소송 또는 협상을 진행해서 특허가 표준규격에 포함되는지 검증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렇게 표준특허 지위를 획득하면 특허풀에 포함된 특허권자끼리는 권리를 상호 공유하고, 특허풀 밖의 특허 실시자들로부터는 기술료를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비슷한 기술도 일단 선언하는 게 유리할까?
표준특허 선언에는 보유한 특허권을 무상으로 공개하거나,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FRAND: 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 조건으로 권리를 행사한다는 등의 동의가 필수요건이다. 따라서 표준특허는 안정적인 기술료를 확보할 수 있는 장점과 함께 실시자 선택권이나 기술료가 제한된다는 단점도 있다. 그러니 특허권의 권리가 제한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표준특허 선언을 표준과 무관한 특허에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위에 머무르던 한국의 표준특허 선언이 2020년에 1위로 뛰어오른 데는, 삼성전자가 디지털 영상압축 및 압축해제 특허 2500여 건을 선언한 효과가 컸지만 전자통신연구소(ETRI)와 LG전자의 기여도 상당했다. LG전자가 휴대전화사업을 중단하더라도, 노키아의 휴대전화사업 포기 후에 꾸준히 표준특허 선언 2위와 3위를 기록해 온 핀란드의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표준특허가 최고의 기술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휴대폰 특허분쟁에서 애플의 디자인특허는 삼성의 표준특허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아이폰은 충전방식도 표준인 USB-C규격을 따르지 않고 라이트닝 8핀이라는 독자규격을 사용한다. 호환성 없는 충전기가 폐기물로 버려지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유럽의회는 지난해 휴대폰 단일충전기 사용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러자 애플은 비표준 단자를 바꾸기보다는 아예 단자가 없는 무선충전으로 가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술 그 이상의 자신감에 근거한 행동이다.문환구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