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은 되고, 에너지절약은 안된다?”…금융권·ESCO 팩토링 ‘동상이몽’

입력 2021-05-18 05:00 수정 2021-05-18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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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ESCO 매출채권 팩토링 판매 중단
기업 “문턱 높이고 수요 없다니…” 지적
금융권이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 기업의 초기 투자비 부담을 덜어주던 매출채권 팩토링 상품을 속속 판매 중단한다. 은행은 최근 몇 년 실적이 없는 상품을 정리한다는 입장이지만, ESCO산업은 이와는 정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오히려 대다수의 ESCO 업체가 매출채권 팩토링을 이용하기 원하지만, 이 기준이 높아 접근하기조차 어려운 ‘그림의 떡’일 뿐이어서 은행 입장에선 수요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란 설명이다.

팩토링은 재화나 용역을 제공한 대가로 보유하고 있는 매출채권을 금융기관에 양도하고, 금융기관이 채권을 대신 회수하는 금융 서비스를 뜻한다. 기업으로선 초기에 자금 회수가 가능해 매출채권 회수기간의 장기화에 따른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이달 말부터 ESCO 매출채권 팩토링 상품을 이달 말부터 판매를 중지하기로 결정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ESCO매출채권팩토링'은 범용상품인 '외상채권대출(팩토링)' 상품으로 대체해 신규 가능하기 때문에 중복성이 확인되는 상품을 정리하게 됐다"며 "이는 기존 중단 예정인 ESCO매출채권팩토링 상품과 동일한 조건으로 취급 가능하기 때문에 ESCO 기업의 입장에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ESCO 매출채권 팩토링 상품을 판매 중인 일부 은행들도 상품 실적이 저조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A 시중은행은 “상품 자체가 구조가 복잡하고, 찾는 사람도 많지 않다”며 “사실 그렇게 자주 문의가 오는 상품은 아니다”고 전했다. 산업은행 역시 “신청 자체가 수요가 적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의 설명과는 달리 ESCO 기업들은 매출채권 팩토링이 업계의 ‘숙원사업’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필요한 상품이라고 주장했다. ESCO 사업이 초기 투자비에 대한 부담이 커 팩토링을 이용하는 것이 부채비율 안정화로 사업의 선순환이 가능하지만, 공공기관 등 발주처에서 팩토링 방식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어 팩토링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렇게 팩토링을 이용하지 못하고 일반 대출을 이용하면 부채비율 악화에 따른 신용도 하락으로 다시 팩토링을 거절당하는 상황이다.

ESCO협회 관계자는 금융권의 ESCO 매출채권 팩토링 판매중단과 관련해 “사람으로 치면 손발 다 묶어놓고 달리라고 하는 것”이라며 “ESCO 산업에선 팩토링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팩토링을 아예 못하게끔 발주처에서 (팩토링) 금지로 나온다든지, 팩토링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시중은행이 특정한 계약의 형태가 아니면 대출 안 하는 것도 있다”면서 “팩토링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게 업계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ESCO 업계는 금융권이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며 환경분야에 대한 투자를 가속하고 있는데 ESCO 산업을 위한 매출채권 팩토링도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이를 고려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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