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 디스커버리와 합병…넷플릭스·디즈니 따라잡는다

입력 2021-05-17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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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T 간판이 2016년 10월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매장에 걸려 있다. (출처=AP뉴시스)
▲AT&T 간판이 2016년 10월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매장에 걸려 있다. (출처=AP뉴시스)

미국 통신회사 AT&T가 케이블 TV 채널 디스커버리를 합병해 스트리밍 시장 장악에 나섰다.

17일(현지시간) AP와 로이터 등 외신은 AT&T와 디스커버리가 총 430억 달러(한화 48조 9340억 원) 규모의 합병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AT&T는 2018년 타임워너(워너미디어 전신)를 인수하며 미디어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미디어 소비 행태가 스트리밍 시장으로 이동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위너미디어는 뉴스 전문 방송 CNN과 드라마로 유명한 HBO, TNT, TBS 등 케이블 채널을 비롯해 워너브라더스의 TV와 영화 스튜디오를 소유하고 있다.

디스커버리 역시 본래 각종 리얼리티 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를 전문으로 제작했으나 최근 디스커버리 플러스(+)를 출시해 스트리밍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후 오프라 윈프리의 OWN과 푸드네트워크 등 강력한 케이블 TV 라인업을 구축해 놓은 상태다.

AT&T는 2018년 반독점 문제로 당국과 소송까지 치르면서 워너미디어를 힘겹게 손에 넣었다. 당시 인수액만 850억 달러에 이르러 세계에서 부채가 가장 많은 비금융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높은 부채율과 산업 환경의 변화에 회사는 최근 다시 미디어 사업 전략에 중대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번 협상은 많은 고객이 케이블과 위성방송 등 전통적인 매체를 거부하면서 기존 기업들이 미디어 운영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에서 비롯됐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등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항하려면 덩치를 키워야 한다는 절박함이 기업들 사이에 생긴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모펜네이던슨에 따르면 2010년 이후 미국 내 약 3500만 가구가 유료 TV 채널 패키지 구독을 중단하거나 애초에 가입 자체를 건너뛴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AT&T의 경우 워너미디어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상당한 부채를 감당하기 위해 현금이 절실히 필요하다. 1분기 기준 순 부채는 1690억 달러로 기록됐다. 이에 회사는 2015년에 인수한 위성TV 서비스인 다이렉TV 지분 30%를 162억5000만 달러에 매각하기로 2월 TPG캐피털과 합의하는 등 부채 감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WSJ는 “일부 투자자들이 누적된 부채에 대해 불평했다”며 “이번 거래는 회사가 차입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존 버틀러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 수석 애널리스트 역시 “AT&T가 5G와 광통신망 구축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부채를 갚아야 할 필요성을 고려할 때 이번 거래는 매력적인 대안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합병 후 양사는 스트리밍 산업에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AT&T는 과거 자사 스트리밍 플랫폼인 HBO Max를 구축해 현재 2000만 명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디스커버리 역시 디스커버리+ 앱을 통해 1500만 명의 스트리밍 구독자를 갖고 있다. 양사는 사업을 위해 새로운 독립 법인을 신설하는 것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스트리밍이 주도하는) 시장의 혼란은 한 세기를 걸쳐 영화와 TV 산업을 주도한 워너브라더스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그들은 이제야 AT&T의 조직 개편에 익숙해지기 시작했지만, 또다시 불안정한 개편을 견뎌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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