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벨 생수 ‘승승장구’…유통가, 라벨 떼고 정면승부 어디까지?

입력 2021-05-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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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벨 생수가 시장에 안착하면서 유통업계가 다양한 상품에 무라벨을 적용하는 시도에 나서고 있다. 라벨을 떼고 정면 승부에 나서면서 업계에서는 PB(자체 브랜드)상품을 대거 보유한 대형마트, 편의점 등 유통 채널과 점유율이 미미한 업체들이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제공=홈플러스)
(사진제공=홈플러스)

◇ 대형마트서 잘 팔리는 ‘번들’ 무라벨 생수

25일 이투데이 취재결과 홈플러스의 ‘시그니처 무라벨 맑은샘물’은 출시 한 달만에 134만 병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 상품은 홈플러스가 지난달 22일 출시한 제품으로 전국 점포와 온라인에서 2ℓ 62만 병, 500㎖는 72만 병이 팔렸다. 홈플러스 전체 생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4%를 돌파하면서 기존 PB 생수 ‘바른샘물’의 매출도 앞질렀다.

홈플러스의 ‘시그니처 무라벨 맑은샘물’은 고객들이 상품 구매만으로 친환경 활동에 동참할 수 있는 ‘착한 소비’ 상품으로, 라벨 대신 브랜드와 상품명, 제조일을 페트병에 새겨 넣은 것이 특징이다. 현재 낱개 판매는 하지 않고 묶음(번들)으로만 판매 중으로, 수원지와 유통기한 등의 설명은 상품을 묶은 띠에 표기한다.

롯데마트가 1월 선보인 무라벨 PB 생수 ‘초이스엘 세이브워터 ECO’도 출시 후 3개월 동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80% 가량 신장했다. 이 제품 역시 2ℓ, 500㎖ 두 종류를 6입과 20입 등 번들로만 판매 중이다. 롯데마트는 올 상반기 내에 PB 생수 전 품목을 무라벨 생수로 전환할 계획이다.

대형마트의 무라벨 생수 인기는 충분히 예상됐다. 마트 특성 상 대량 구매가 많고 가격이 판매량에 크게 좌우하기 때문이다. 실제 대형마트가 내놓은 PB 무라벨 생수는 브랜드 생수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대형마트들은 현재 2ℓ 6입 또는 500㎖ 20입·24입 등 번들 제품만 팔고 있다.

(사진제공=BGF리테일)
(사진제공=BGF리테일)

◇ 편의점은 무라벨 생수 '낱개' 공세...세븐일레븐, 단품 판매 개시

생수의 70~80%가 낱개 단위로 판매되는 편의점에서도 무라벨 생수 인기는 치솟고 있다. CU가 2월 출시한 ‘HEYROO 미네랄워터 500㎖’는 무라벨로 디자인을 교체한 뒤 한 달 만에 전년보다 78.2%나 매출이 뛰었다. 같은 기간 전체 생수 매출 증감율 20.4%에 비해 3.8배나 높다.

이 제품은 업계에서 처음으로 낱개 판매되는 무라벨 생수다. 수원지와 제조사 등의 설명은 뚜껑에 씌운 랩핑에 표기해 해결했다. CU는 다음달 중에 1ℓ와 2ℓ 제품에도 무라벨 패키지를 적용할 계획이다. 세븐일레븐도 18일 무라벨 생수 ‘얼쑤얼水’를 내놨다. 500㎖와 2ℓ 판매가격은 각각 600원, 1200원이다.

현재 묶음으로만 무라벨 생수를 판매하는 편의점들도 낱개 판매를 검토하고 있다. 이마트24는 지난달 '하루이리터 2ℓ' 6입 번들을 무라벨로 출시했다. 이어 500㎖와 1ℓ 생수를 포함한 이마트24 PB생수를 무라벨로 전면 교체할 예정이다. GS25도 2월부터 무라벨 생수 ‘유어스DMZ 맑은샘물 번들(6입)’을 팔고 있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단품으로 판매하려면 뚜껑에 많은 정보를 넣어야 하는데 기술을 가진 업체가 드물다”서면 “현재는 번들로만 판매하지만, 낱개 판매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농심)
(사진제공=농심)

◇ '친환경' 대세에 결국 제조사도 참전

제조사들도 어쩔수 없이 무라벨 생수 판매에 나선다. 당초 생수 제조사들은 브랜드 경쟁력이 희석될 것을 우려해 무라벨 생수 진출에 신중을 기했지만 친환경이 대세로 떠오르고 ‘비닐ㆍ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제’가 시행되면서 하나둘씩 동참하는 분위기다.

농심은 이번 달부터 무라벨 ‘백산수’ 판매를 시작하고 연말까지 ‘백산수’ 전체 판매 물량의 50%를 무라벨로 전환할 계획이다. 무라벨 백산수는 2ℓ와 500㎖ 두 종류로 제품명과 수원지를 페트병에 음각으로 새겨넣어 간결한 디자인으로 만들었다. 현재 온라인몰과 가정배송에서 무라벨 백산수 판매에 나섰고, 향후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채널로도 판매를 확대할 예정이다.

제주개발공사는 30일과 31일 열리는 ‘2021 P4G 서울 정상회의’에서 제주삼다수 친환경 무라벨 제품인 그린에디션(Green Edition)을 공개한다. 정식 판매는 6월이다.

롯데칠성음료는 가장 먼저 움직였다. 지난해 1월부터 선보인 ‘아이시스 ECO’는 단품과 번들 2가지로 판매되며 작년 한해 1010만 개가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전체 생수 중에서는 5% 비중이다. 이 가운데 80% 이상은 번들 제품이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칠성몰이나 쿠팡 등 소셜커머스, 대형마트에서 주로 팔렸다”면서 “올해 숫자는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롯데쇼핑)
(사진제공=롯데쇼핑)

◇ 상품 용기·보리차도 무라벨…유통가 PB 제품 적용 확대

무라벨 생수가 시장에 안착하면서 유통업계는 다양한 상품의 무라벨 적용을 시도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달 ‘무라벨 새벽 대추방울토마토’를 출시한 데 이어 6일에는 무라벨 탄산수 ‘온리프라이스 스파클링워터 ECO(410㎖·20입)’ 레몬맛·라임맛 2종을 출시했다. 롯데마트는 1월 PB 생수 전 품목을 포함해 라벨 용기를 사용하는 PB 제품들을 무라벨로 전환해 나갈 계획이다.

동원F&B도 이달 초 무라벨 보리차 ‘에코보리’(1.5ℓ·12입)를 선보였다. 제품 겉면에 붙이던 플라스틱 라벨을 없애고, 포장재 역시 묶음포장용 비닐 대신 종이박스로 대체해 친환경 요소를 강화했다. 롯데칠성음료도 생수에 이어 RTD(Ready To Drink, 바로 마실 수 있는 음료) 커피 칸타타 캔으로 라벨을 없앤 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라벨을 없애면 각 상품들의 가성비와 품질 경쟁력이 더욱 중요한 잣대가 된다”면서 “PB제품을 확대하고 있는 유통 채널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유통 업계 관계자는 “생수는 표기할 내용이 많지 않아 뚜껑의 표기만으로도 가능하다. 다른 제품은 표시해야할 내용이 많아 어려운 점이 있지만 PB제품의 무라벨화는 갈수록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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