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쌍용차 노조, 시민ㆍ국회에 호소 "고통 분담 각오…정부 지원도 필요"

노조, 17~20일 평택에서 국회까지 걸으며 시민에게 어려움 알려…"사람 잘라 기업 정상화? 틀린 말"

10년간 어떤 기업보다 선진적인 노사관계를 이어왔습니다. 자구안을 더 내야 한다면 거부하지 않겠지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됩니다. 정부 지원이 있다면 노조도 추가적인 고통 분담을 할 각오가 돼 있습니다.

정일권 쌍용자동차 노동조합 위원장이 정부의 지원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국회에 전달하며 남긴 말이다.

▲지난 17일 쌍용차 조기 정상화를 위해 평택에서 행진을 시작한 쌍용차 노조 정일권 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 도착해 기자회견을 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 위원장은 20일 오전 10시 40분께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도보 행진을 마무리하며 이같이 밝혔다. 노조 집행부는 17일부터 이날까지 3박 4일간 경기 평택공장을 출발해 국회까지 걸어서 이동하며 시민에게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알렸다.

정 위원장은 “평택역을 출발해 국회에 오기까지 쌍용차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분과 애정이 어린 충고를 해주는 시민도 많았다”라며 “두 번째 법정관리에 이르기까지 대주주와 전 경영진의 잘못도 있지만, 노조가 반성해야 할 부분은 없는지 느낀 소중한 고행이었다”라고 말했다.

3박 4일간의 행진 동안 시민들이 건넨 이야기를 회상할 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정 위원장은 “시민들이 두 번째 법정관리가 마음 아프다. 어려울 때마다 노조에 모든 책임이 전가되는 것이 쓰라리고 마음 아프다는 말을 했다”라며 “정상화로 보답하겠다”라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노조가 임금 동결과 반납, 전환배치, 효율화 등 선제 자구안을 이행한 만큼, 정부도 경영 정상화에 힘을 보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6월 초가 되면 공개경쟁 입찰이 시작된다. 이때 정부가 대출을 권장해주면 노동자도 고통 분담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다만, 인력 구조조정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내부적으로 (구조조정과 관련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라면서도 “사람을 잘라서 기업이 정상화된다는 이야기는 틀린 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정일권 쌍용자동차 노동조합 위원장(앞줄 오른쪽), 강성원 수석부위원장(앞줄 왼쪽) 등 쌍용차 노동조합 임원단이 17일 오전 경기 평택공장 정문에서 ‘쌍용자동차 조기 정상화를 위한 도보행진’ 출정식을 가진 뒤 송탄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제공=쌍용차 노동조합)

이날 현장에는 경기 평택시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도 참석했다.

홍기원 의원은 “국회 차원에서 쌍용차를 정상화하는 의지를 모으는 작업을 먼저 하고 있다”라며 “당장 급한 건 새로운 투자자와 계약이 성사되기 전까지 부품공급이 이뤄져 생산이 지속되며 정상화의 기초를 다져나가는 작업”이라고 밝혔다. 이어 “2009년과 지금의 차이점은 노조가 회사를 살리기 위해 모든 걸 하겠다는 각오가 돼 있다는 것”이라 말했다.

기자회견 이후 정일권 위원장 등 노조 관계자와 홍기원, 유의동 의원은 국회 본청으로 이동해 여야 대표실에 탄원서를 전달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영호 당 대표 비서실장, 국민의힘에서는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가 이들을 맞이했다. 만남 이후 정 위원장은 “국회에서 움직이겠다는 말을 하셨다. 여야 모두 긍정적으로 생각하겠다고 하시니 희망을 가져보겠다”라고 취재진에 전했다.

▲쌍용차 노조가 20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탄원서를 들고 국회로 이동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 정일권 쌍용차 노조위원장,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유창욱 기자 woogi@)

탄원서를 통해 쌍용차 임직원은 “약 20만 명에 이르는 고용 효과를 감안하면 생존을 위한 당위성은 분명하다”라며 “쌍용차가 조속히 기업회생절차를 종료하고 국가와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토대가 마련되도록 국회의 적극적인 협력을 청원 드린다”라고 전했다.

쌍용차는 지난달 15일을 기해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고, 현재 인수합병(M&A)을 위한 매각 주간사를 선정하고 있다. 매각 주간사가 선정되면 6월 초께 매각과 관련한 입찰공고를 낼 예정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인수 희망자는 HAAH오토모티브와 에디슨모터스, 케이팝모터스 등이다.

매각 공고가 나오면 회생 절차 졸업을 위한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쌍용차는 2019년 말부터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시행하고 있으며, 복리후생 중단과 임금 20% 삭감 등을 통해 매년 1200억 원 상당의 인건비성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노동조합 임원진이 20일 오전 국회 더불어민주당(왼쪽) 당대표비서실과 국민의힘(오른쪽) 당대표 비서실에 탄원서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제공=쌍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