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격하고 직설적인 발언들이다. 머릿속에 가득 담겼던 전기차에 대한 대안들이 쏟아져 나온다.
제언과 함께 배경을 설명하며 타당성을 앞세운다. 그의 말을 듣고 있자니 슬며시 홀리듯 빠져들고 있다.
그럼에도 그가 쏟아내는 다양한 대안들은 하나의 궁극점으로 향한다. 바로 ‘안전’이다.
그의 공식적인 직함은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교통안전공단 기획본부장이다. 공공기관의 부기관장이기 전에 자동차 업계에서는 ‘공학박사 박용성’으로 더 이름나 있다.
연세대학교 기계공학과를 거쳐 같은 학교에서 석사와 박사를 거친 그는 육군사관학교 교수를 역임한 바 있다.
이후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교통안전공단에 입사했다.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친환경연구실장, 안전기준국제화센터장, 결함조사실장 등을 거쳤다.
연구원에서의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앞세워 △자동차표준화위원장 △산업부 국가핵심기술보호위원회전문위원 △환경부 국가온실가스통계관리위원회위원 △수도권대기관리실무위원회위원 △법제처 국민법제관으로 활동했다. 정부 주요부처에서 인정해온 자동차 안전 및 환경 분야 전문가. 현재 기획본부장은 부이사장급이다.
친환경 전기차에 대한 해박한 경험을 앞세워 본지가 최근 주최한 ‘2021 대한민국 스마트 EV 대상’에서 심사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공공기관 기획본부장이라는 직함을 걷어내고 그를 다시 만났다. 전기차의 안전한 보급과 활성화를 위해 연구해온 '공학박사 박용성'이다.
그는 특히 “화력발전을 줄이되 신재생 에너지를 늘려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전기차의 배터리를 관리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도 필수다.
최근 국내 렌터카 업체가 자사가 운용하는 전기차에 달린 배터리를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초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로서 역량을 앞세워 SK렌터카와 자동차 통합 관리 솔루션을 선보였다.
이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전기차 배터리의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 배터리 수명을 예측하고 과열 등 이상 징후도 감지한다.
SK이노베이션 측은 "배터리 상태 변화를 실시간으로 24시간 분석해 배터리의 생로병사 전 과정을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됐다"며 "분석 결과를 토대로 전기차 배터리를 항상 최상의 상태로 유지할 수 있는 자동 관리 시스템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모니터링 시스템을 "정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라는 게 박용성 박사의 제언이다.
지난해 한국자동차공학회 저널을 통해 '전기자동차 배터리 안전모니터링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기차 배터리 전체 주기적 관리는 물론 이해 관계자와 공유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화재 징후’를 포착, 과충전 방지 및 서비스 점검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는 최초 구매 이후 일정 기간 길들이기가 필요하다. 처음부터 무리한 운전을 지속하면 엔진과 변속기 등 구동계통에 무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도 마찬가지. 다만 이런 길들이기가 사실상 생애 전체 주기에 걸쳐 필요하다는 게 차이점이다.
최근 등장하는 전기차는 “짧은 시간에 이 만큼 충전할 수 있다”를 강조하고 있다. 충전 대기 시간과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전기차를 선택하는 기준이 됐기 때문이다.
다만 박 박사는 배터리를 오랫동안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맹목적으로 급속충전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고 제언한다.
급속충전을 반복하면 배터리 온도가 올라가고 수명이 단축됩니다. 여기에 배터리 충전 때는 80%를 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이른바 과충전 방지입니다. 완전 방전도 피해야 해요. 배터리가 20% 수준으로 감소했을 때 곧바로 충전해 주는 게 전기차 배터리 성능을 오랜 시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는 완성차 제조사의 소극적인 배터리 관리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고가의 배터리는 현재 정부와 지자체 구매 보조금을 활용 중이다. 다만 향후 지원금이 축소되거나 사라지면 소비자에게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제 각각의 목표는 '안전과 환경'으로 모여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기 전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다. 지금부터 준비해도 늦지 않았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