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에 가면 편하겠다' 잘못된 선입견…"더한 것도 많아요
3년 전 민간경력공채로 공직에 입문한 추윤식<사진> 해양수산부 사무관은 21일 정부세종청사 해수부 항만국 사무실에서 한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공직의 매력을 이같이 말했다.
추 사무관은 민간경력공채로 공직자가 됐다. 민간경력공채란 민간 분야에서 일정한 기준 이상의 경력을 쌓은 전문가를 국가공무원으로 채용하는 제도다. 공직에 입문하기 전에는 대학에서 박사 학위까지 마치고 건설사 엔지니어링 본부에서 기술지원을 맡았다. 공직에 들어온 것은 2018년 4월로 이제 갓 3년을 넘겼다.
공직에는 어떻게 들어왔을까. 추 사무관은 “애초에 토목을 전공했고 토목은 대형 사회간접자본(SOC)이 대부분이라 국가에서 건설하는 사업이 많다”며 “대학 때부터 관심이 많았고 정책에도 관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최종 공직에 지원할 때는 국토교통부에 근무하고 있는 지인의 추천을 받았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아내는 아이와 함께 서울에 살고 있고, 추 사무관만 세종에서 지내는 주말부부다. 정부청사가 과천에서 세종으로 내려온 이후로 중앙부처의 인기가 떨어졌다. 그러나 추 사무관은 전 직장에서는 호주나 싱가포르, 중동 등으로 해외근무가 많아서 오히려 세종시가 가장 가까웠다고 말한다.
추 사무관은 또 공직을 해수부에서만 경험해 봤지만, 기업과 비교하면 상사가 제 고민거리를 얘기하거나 업무 관련 도전적인 생각도 잘 받아줘서 새로운 일을 많이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추 사무관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추진하는 광양항 항만 자동화 테스트베드 구축을 실무에서 책임지고 있다. 광양항 항만 자동화 테스트베드는 말 그대로 항만을 자동화하기 전 시범사업 성격으로 보면 된다. 현재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예비타당성조사를 하고 있는데 통과되면 2026년까지 약 6000억 원이 투입된다. 사실 자동화 항만은 우리나라에서는 낯설지만, 유럽에서는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이 1993년부터 자동화 항만을 운영하고 있고 미국 롱비치항, 중국 칭다오항 등이 항만 자동화를 이미 시작했다.
항만 자동화는 크게 세 가지 작업으로 나뉜다. 선박이 항만에 도착하면 컨테이너를 하역, 이송해 장치장으로 옮기는 과정을 거친다. 아시아 최초 항만 자동화를 도입한 칭다오항을 보면 선박의 컨테이너를 자동 크레인이 들어 올린 뒤 자율주행차량에 싣는다. 자율차가 이동하면 무인 대형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들어 올린 뒤 앞뒤 좌우로 움직이면서 가장 효율적인 공간에 적재한다. 칭다오항은 항만 자동화로 시간당 43개의 컨테이너까지 옮길 수 있어 효율이 30% 정도 높아졌다.
추 사무관은 현재 우리나라 기술력으로 하역과 장치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이송이다. 국내에 이송영역 자동화에 대한 기술확보가 우선 필요하다. 연구개발(R&D)도 이미 시작했다. 테스트베드를 통해 기술개발에 속도를 낸다면 100% 우리 기술로 항만 자동화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추 사무관은 “광양항에서 시범사업을 해보고 이후 개발되는 신항을 중심으로 항만 자동화를 구축하고 기존 항만도 항만에 맞는 자동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추 사무관은 항만 자동화의 중요성에 대해 항만경쟁력이라고 답했다. 아시아에서는 현재 각국이 물류 중심 항만으로 발전하기 위해 항만 자동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를 놓고 치열하게 노력 중이다. 항만은 선사들이 고객인데 선사들이 들어가고 싶은 항만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특히 현재 자리에서 우리나라에 항만 자동화를 처음 도입하는 데 힘을 보탰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고 설명했다.
민간경력공채는 처음 4년은 과를 옮길 수 없고 이후로는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추 사무관은 “다른 과에서도 할 일이 많다”며 “어디로 옮기든 전공을 살려 새로운 도전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추 사무관은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공직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이 있다”고 지적했다. 추 사무관이 공직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편하겠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추 사무관은 “일하는 시간만 보면 기업에서 일할 때와 못지않다”며 “그런 부분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