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진짜 5G’ 자가당착 빠진 과기정통부

입력 2021-05-2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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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호 IT중소기업부 차장

옛 중국 전국 시대 초(楚)나라에 한 무기 상인이 있었다. 시장에 창과 방패를 팔러 나온 상인은 방패를 들고 “이 방패를 보십시오. 아주 견고해 어떤 창이라도 막아낼 수 있습니다”라고 큰소리쳤다. 계속해서 창을 들어올리며 “여기 이 창을 보십시오. 이것의 예리함은 천하일품, 어떤 방패라도 단번에 뚫어 버립니다”라고 외쳤다. 구경하던 이들 중 한 사람이 “그 예리하기 짝이 없는 창으로 그 견고하기 짝이 없는 방패를 찌르면 도대체 어찌 되는 거요?”라고 물었다. 말문이 막힌 상인은 서둘러 달아나고 말았다. 말이나 행동의 앞뒤가 서로 일치하지 않음을 뜻하는 모순(矛盾)의 유래다. 비슷한 뜻을 가진 한자어로 ‘이율배반’, ‘자가당착’ 등이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진짜 5G’를 두고 이러한 자가당착에 빠졌다. 28㎓ 대역의 5G 서비스를 두고 이동통신사의 28㎓ 망 구축 이행을 ‘독려’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으나, 정작 내놓는 정책은 독려라는 말이 무색하게 갈수록 후퇴하고 있어서다.

우리나라는 2019년 4월 3일 일반용 5G 서비스를 상용화하며 ‘세계 최초’ 타이틀을 확보했다. 5G가 4G보다 속도가 20배 빠르다는 정부의 자화자찬이 이어졌고, 이통사 역시 당장 20배의 속도를 체감할 것처럼 홍보하며 소비자들을 끌어모아 3월 말 5G 가입자는 1400만 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20배의 속도를 체감하는 시기는 요원해지는 것을 넘어 불투명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도달 거리가 짧은 28㎓는 고주파 대역 특성상 다른 서비스보다 기지국 설치를 촘촘하게 해야 한다. 전국망을 설치하는 데 들어가는 투자금이 늘 수밖에 없다. 이통사들은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5G 주파수 할당 당시 올해까지 각각 1만5000개씩 4만5000개의 28㎓ 무선국을 구축하기로 했지만, 1분기 기준 설치된 무선국은 100개가 되지 않는다.

주무부처 수장의 정책 실현 의지도 희미해지고 있다. 최기영 전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해 국감에서 “28㎓ 5G 서비스 전국망 서비스는 해당 주파수를 매입한 통신사가 결정할 문제다. 당장 전국망을 깔기는 어렵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최 전 장관에 이어 과기정통부 수장이 된 임혜숙 장관 역시 인사청문회에서 “서비스 모델이 확실하지 않고 기술 성숙도도 높지 않다. 올해 말까지 지켜보고 필요한 조치를 진행할 것”이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 28㎓ 대역 5G 서비스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나오는 정책들 역시 하나같이 전국망과 거리가 멀다. 정부는 농어촌의 5G 구축에 이통사들이 망을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처럼 28㎓ 망 공동구축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통신사가 아닌 민간 기업에 28㎓ 대역 주파수를 일부 내줘 스마트팩토리나 지역 전산망 등에 활용하는 특화망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28㎓ 주파수와 관련해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형국이다.

차일피일 미룰 일이 아니다. 28㎓ 서비스의 경제성이 취약하다는 학계와 업계의 지적에도 정부가 밀어붙인 애초 주파수 정책이 잘못됐다면, 한 국회의원 말마따나 처음부터 다시 살펴봐야 한다. 아울러 일방적으로 투자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시 받아야 할 페널티에 대한 강화 방안도 고려해봄 직하다. spd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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