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근 칼럼] 허경영 울고 가라는 대통령 후보님들

입력 2021-05-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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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우리나라 통 큰 복지정책의 원조(元祖)는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다. 독보적이다. 2007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면서 신혼부부에게 1억원, 아이 낳으면 3000만원,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매달 50만원씩 건국수당을 주겠다고 했다. 2012년 대선에도 나서 대학등록금 100%와 고향 떠난 대학생들에 하숙비를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더했다. ‘공중부양’을 한다는 그의 기행(奇行), 남녀노소 모두에게 돈벼락을 안기겠다는 좌충우돌은 국민들을 웃겼다. 개그맨들 윗길의 코미디에 사람들은 그를 ‘허본좌’로 불렀다.

허경영은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돌아와 본좌의 면모를 과시했다. 18세부터 매월 150만 원씩 국민배당금 지급과, 결혼수당 1억 원 및 주택자금 2억 원, 출산수당 5000만 원, 미혼자 연애수당 월 20만 원 등을 약속했다. 그는 보선에서 득표율 1.07%로 시장후보 12명 가운데 3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공약으로 내년 3월 대선에 다시 도전할 것이라고 한다.

웬 걸, 허경영 뺨 치는 사람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그도 울고 가게 생겼다. 세상을 웃기는데, 국민들이 웃어 넘길 수 없으니 황당무계하다. 대선 정국이 열기를 띠기 시작하면서 집권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주자들이 청년층을 겨냥해 경쟁적으로 내지르는 허경영 베끼기식 돈 퍼주기 발언들이 그렇다.

“모든 신생아가 20세가 될 때 1억 원을 지원하는 정책을 설계 중이다”(정세균), “군대에서 제대할 때 3000만 원의 사회출발자금을 줬으면 한다”(이낙연), “대학에 가지 않는 청년들에게 세계여행비 1000만 원을 지원하자”(이재명), “연 30만 명 신생아에게 2000만 원씩 배당해 성인이 될 때 목돈으로 주자”(김두관)는 주장이 줄을 잇는다.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결국 돈으로 표를 사겠다는 한탕주의 발상이다. 이뤄질 수 있다면 세계 어느 곳에도 없는 청년들의 낙원이다.

‘아니면 말고’를 넘어 심각한 악성(惡性) 포퓰리즘이다. 이런 비현실적이고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얘기가 국무총리를 지냈거나, 현직 도지사 자리에 있는 분들 입에서 나온다.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은, 차기 대권의 유력한 후보들이다. 하지만 돈이 얼마나 들지, 어림잡아도 한 해에 수조∼수십조 원의 엄청난 돈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계산도 없다. 질세라 선거 매표(買票)의 판돈 키우기는 도박판보다 더하다.

그 돈 어디서 나온다는 건가. 자기들 재산을 털 것은 아니고, 우리는 가만히 있어도 해외에서 돈이 마구 들어오거나 마음대로 펑펑 돈을 찍어낼 수 있는 나라도 아니다. 세금 더 걷거나 나라가 빚을 내야 한다. 지난 수십년 피땀흘려 쌓은 국부(國富)는 거덜나고 있다. 나랏빚이 이미 1000조 원 수준이다. 모두 국민이 세금으로 갚아야 할 돈이다. 재정의 곳간이 바닥나면서 거위 배 가르듯 기업과 가계를 털어내야 한다.

공짜로 뿌리겠다는 돈의 기본 단위가 몇천만 원, 또는 억대다. 이 나라 취업자 2700만여 명의 대다수가 힘들게 일해 한달에 많아야 몇백만 원 버는 현실인식조차 없는 것 같다. 청년들은 당장 “누구 돈으로 줄건데?”라는 반응이다.

결국 세금을 누가 얼마나 더 내야 하는지가 본질이다. 전가(傳家)의 보도(寶刀)가 있다. 가진 자와 못가진 자를 편갈라 대립구도를 만들고, 소수의 부자들을 타도 대상인 악(惡)으로 몰아붙여 세금을 더 걷는 것이다. 다수 국민의 박탈감과 배아픔을 덜어주고 표도 긁어모으는 이 수법은 이 정권 4년 내내 이어져 왔다. 김부겸 총리가 “집값이 오른 것은 불로소득이다. 사회로 환원돼야 한다”고 말한 게 그 본색이다. 이념의 문제 이전에, 경제에 대한 무(無)개념이다. 그들은 지난 4년 동안 25차례나 쏟아낸 부동산정책 실패로 집값을 다락같이 올려 집없는 사람들 희망을 짓밟고, 재산세·종부세 폭탄에 집 한 채 가진 사람들마저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취업과 결혼, 출산이 힘들고 내 집 마련 꿈까지 멀어진 현실에, 이 정권에서는 그래도 ‘공정’이 실현될 것이라는 믿음까지 배신당한 청년들의 민심 이반을 되돌리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지만 약발이 먹힐지 의문이다. 청년들도 더는 속지 않을 것 같다. 민주당 간담회에서 청년들은 “돈 준다고 해도 이제 표 안 준다”며 싸늘하게 면박을 주었다.

돈으로 민심을 사겠다는 행태야말로 국민을 우습게 보고 바보 취급하는 모독이다. 내 세금을 제 돈처럼 흥청망청 쓰면서 자기 생색만 내고 나라 망치는 사람들을 이제 국민들이 다 분별한다. 나라 경제가 어떻게 파탄나는 지도 알게 됐다. 대통령 되겠다는 분들이 지금 청년들에게 던지는 사탕발림 약속은 결국 ‘세금지옥’을 만들겠다는 얘기이고, 국민들이 마셔서는 안 될 공짜 양잿물을 들이켜라는 속임수다. 허경영은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이 너무 많다”고 일갈했다. 실은 나라에 돈도 없는데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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