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거래소 ‘실명계좌’ 러브콜…지방·저축은행 '난색'

입력 2021-05-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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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부터 계좌 있어야 거래 가능
주요은행, 자금세탁 우려해 거부
저축은행 “실명인증 권한 없어” 난색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실명 입출금 계좌 확보를 위해 지방은행은 물론 저축은행에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정상적인 영업을 위해 9월까지 실명 입출금계좌를 확보해야 하지만 시중은행들이 제휴에 난색을 표하자, 실명인증 권한이 없는 저축은행에도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실명계좌를 받지 못하면 사실상 폐쇄를 의미하는 만큼 급박하게 실명계좌를 확보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제안을 받고 있는 은행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신규 고객 확보 차원에서는 가상화폐 거래소와의 제휴가 기회일 수 있지만, 자금세탁 방지 리스크 측면에선 위험성이 크다. 덩치가 큰 시중은행도 위험성이 높다며 거절하는 상황에서 제휴를 강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26일 가상화폐 및 은행권에 따르면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개정안의 시행으로 가상화폐 거래소는 9월 25일부터 은행으로부터 실명 입출금 계좌를 받아야 영업을 할 수 있다. 가상화폐 산업과 관련한 주무 부처가 부재한 상황에서 시중은행이 사실상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종합검증’ 역할을 맡고 있다.

최근 은행연합회가 마련한 ‘가상자산사업자거래소 자금세탁방지 위험평가 방안’에 따르면 가상화폐 거래소는 회사의 대주주 성격, 재무 안정성, 의심거래 보고체계 등 총 고유위험 16개 항목과 통제위험 87개 항목을 충족해야 입출금 계좌를 발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은행들은 신규 거래소와의 제휴를 꺼리고 있다. 5대 시중은행 중 KB국민·하나·우리은행은 가상화폐 거래소와 실명계좌 발급과 관련해 제휴하지 않기로 결론 지었다. 현재 거래소 중 시중은행과 실명 계좌 발급 확보를 위한 제휴를 한 곳은 코빗(신한은행)·빗썸(NH농협은행)·코인원(NH농협은행)·업비트(케이뱅크) 등 4대 거래소뿐이지만, 이마저도 6~7월 계약 만기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중소형 가상화폐 거래소의 제휴 제안을 받은 지방은행은 초기에는 신규 고객 확보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했지만, 자금세탁 방지 측면에서 리스크 관리가 어렵다고 판단해 제휴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계좌 실명인증의 권한이 없는 저축은행에까지 제휴를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일부 업체에 요청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권한이 없을 뿐더러 권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저축은행 자체가 시중은행보다 더 높은 수준의 규제를 받는 상황에서 시중은행이 나서지도 않는데 제휴를 할 가능성이 높지 않고 시중은행이 한다고 하면 1~2년 뒤에나 할 만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지만, 여전히 정부는 특금법 개정안의 시행에 따라 실명계좌 발급을 받아야 영업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9월까지 정부에 신고를 마친 가상자산 사업자를 통해 거래하는 투자자들의 투자 자금은 자연스럽게 보호가 된다”고 기존 입장을 재차 밝혔다.

가상화폐 거래소와 투자자들은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 관계자는 “은행의 입장에선 당연히 이미지 악화와 리스크가 큰 가상화폐 거래소와의 새로운 제휴를 하지 않을 수밖에 없지 않냐”면서 “제도권 밖에서 위험하다는 이유만으로 발전 가능성을 보지 않고 산업을 고사시키려는 결정”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상화폐 가격의 등락에 따라 투자의 책임을 지는 게 아니라 정부가 은행을 앞세워 거래소를 정리해서 발생하는 피해는 과연 투자자 개인의 책임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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