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는 이재용 부회장 사면론… 삼성 투자 시계 빨라지나

입력 2021-05-27 15:12 수정 2021-05-2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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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연일 사면론 언급…이 부회장 ‘반도체·바이오’ 분야서 역할 커질 듯
美 20조 팹·평택 3라인·시스템반도체 171조…바이오 4공장 신설 등 투자 산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경제계를 중심으로 건의되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론이 정치권의 가세로 더 힘을 받고 있다.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 인사, 여야, 대권주자들까지 이 부회장의 사면에 대해 긍정적인 말을 쏟아내고 있다. 삼성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이 부회장의 사면이 이뤄지면 삼성의 투자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달 생일을 맞는 이 부회장은 2017년 이후 4년 만에 또다시 옥중생일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1968년 6월 23일생인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지난 1월 재수감됐다. 이 부회장은 2017년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되면서 40대의 마지막 생일을 옥중에서 보낸 바 있다.

최근에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 부회장 사면론이 힘을 얻고 있다. 이 부회장의 사면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던 청와대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지기 시작했다.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 부회장의 사면에 대해 “별도의 고려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4주년 특별연설 간담회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과 관련해 “충분히 많은 국민의 의견을 들어서 판단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여당도 이 부회장과 삼성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26일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모여, 미국 모더나와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맺은 삼성바이오를 ‘좋은 기업’이라고 치켜세웠다. 대권 도전을 선언한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부회장 사면과 관련 “긍정적으로 검토할 때가 온 게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말하는 등 대권 주자들의 긍정적인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단지 3라인 건설현장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 보고'에서 '반도체 생태계 강화 연대 협력 협약식'을 마친 후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단지 3라인 건설현장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 보고'에서 '반도체 생태계 강화 연대 협력 협약식'을 마친 후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계와 종교계 등에서도 이 부회장 사면론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비롯해 주한미국상공회의소까지 이 부회장 사면을 호소했고, 국내 7대 종단 지도자들의 모임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도 이 부회장의 특별 사면을 청와대에 건의했다.

재계는 이 같은 긍정적인 기조가 계속 이어진다면 이 부회장의 사면이 이르면 8·15 광복절 특사로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19일 석가탄신일 사면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현실적·시기적으로 어려움이 컸다. 한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대통령과 여당의 긍정적인 태도 변화가 나타난 지금부터 국민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8월 특사를 결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할 경우 삼성의 투자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전망이다. 먼저, 약 20조 원(170억 달러) 규모의 미국 반도체 투자부터 매듭을 지어야 한다. 삼성전자는 미국 내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투자를 공식화한 가운데 최종 후보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이미 삼성 파운드리 공장이 있는 텍사스주 오스틴이 유력한 후보지로 꼽히지만, 뉴욕주와 애리조나주 등 다른 후보지와도 인센티브를 협의하며, 투자 결정을 저울질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30년까지 총 171조 원을 투자해 첨단 파운드리 공정 연구개발과 생산라인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최근 정부의 ‘K-반도체 전략’에 동참하며, 기존에 수립한 133조 원 투자계획에 무려 38조 원을 더 실었다.

내년 하반기에는 축구장 25개 크기의 평택 3라인을 완공할 예정이다. 현존하는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반도체 공장으로 EUV(극자외선) 기술이 적용된 14㎚(나노미터ㆍ1㎚는 10억 분의 1m) D램과 5㎚ 로직 제품을 양산한다.

▲22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백신 기업 파트너십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백신 위탁 생산 계약 MOU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문 대통령, 스테판 반셀 모더나 CEO. 연합뉴스 (연합뉴스)
▲22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백신 기업 파트너십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백신 위탁 생산 계약 MOU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문 대통령, 스테판 반셀 모더나 CEO. 연합뉴스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주목받은 바이오 사업의 공격적인 투자도 예상된다. 모더나와 계약을 체결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1, 2, 3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3년까지 25만6000ℓ 규모의 4공장을 신설할 예정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정부가 ‘K-바이오’를 강화하는 가운데, 삼성이 SK와 함께 바이오 투자를 기존보다 강화할 수 있다.

전략적인 인수·합병(M&A)도 삼성의 과제다. 삼성전자는 올해 1월 4분기 실적발표에서 “의미 있는 규모의 M&A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3월 주주총회에서 김기남 부회장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M&A 대상을 신중히 탐색하고 있다”라며 전략적 M&A로 미래성장 발굴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M&A를 언급한 것은 2017년 전장 회사인 하만 인수 후 처음이다. 구체적인 M&A 인수 대상이 특정되지 않은 만큼 이 부회장 석방 이후 M&A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최대 수출품목이자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핵심으로 떠오른 반도체 산업과 한미 백신 파트너십 및 코로나 사태의 게임체인저로 떠오른 바이오 분야에서 이 부회장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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