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바뀐 남양유업, 떠난 소비자 마음 되돌릴 수 있을까

입력 2021-05-2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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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 전 회장, 임직원에 이메일 "경영정상화 위한 노력 한계…다시 국민기업 되길 바랄뿐"

▲홍원식 남양유업 전 회장이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경영 일선에게 물러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원식 남양유업 전 회장이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경영 일선에게 물러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원식 남양유업 전 회장이 보유 지분을 매각하면서 남양유업에 돌아선 소비자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홍원식 전 회장을 비롯한 오너가 3명은 보유 지분 전량인 53.08%(37만8938주)를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에 3107억원에 매각했다.

이로써 국내 2위 유업체인 남양유업의 57년 오너 경영이 막을 내리게 됐고, 지난달 발효유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발표로 논란이 불거진 이후 44일만에 주인이 바뀌게 됐다.

홍 전 회장은 매각 발표 다음날인 28일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최근 일련의 사태로 고통받는 남양유업 가족분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기에 쉽지 않은 결정을 했다"며 "기업가치는 계속해서 하락하고, 남양유업 직원이라고 당당히 밝힐 수 없는 현실이 최대 주주로서 마음이 너무나 무겁고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이어 "제 노력이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한계에 부딪혔다. 오로지 내부 임직원의 만족도를 높이고, 회사의 가치를 올려 예전같이 사랑받는 국민기업이 되기를 바랄 뿐"이라면서 "이를 위해 고심 끝에 마지막 자존심인 최대 주주로서의 지위를 포기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한앤컴퍼니, 회사 이미지 개선이 최우선과제

남양유업을 인수하는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의 이미지 개선을 최대 과제로 삼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한앤컴퍼니는 그동안 인수한 웅진식품 등의 투자회사에 도입한 집행임원제도를 남양유업에도 적용해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효율화를 통한 기업 가치 제고를 추진할 방침이다. 집행임원제도는 의사결정과 감독기능을 하는 이사회와 별도로 전문 업무 집행임원을 독립적으로 구성하는 제도로 이사회의 감독기능을 강화하고 집행부의 책임경영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한앤컴퍼니 관계자는 "한앤컴퍼니는 기업 인수 후 기업의 체질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로 기업 가치를 제고해왔다”며 “적극적인 투자와 경영 투명성 강화를 통해 소비자와 딜러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랑받는 새로운 남양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일각에서는 한앤컴퍼니가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인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소비자들 사이에 추락한 이미지를 끌어올려야 하는 마케팅 비용 증가, 내부 조직 재편 및 쇄신 필요성, 대리점주 달래기 비용 부담 등을 감안한 가격으로 풀이한다.

실제로 한때 1조원을 넘어서며 승승장구했던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로 인한 불매 운동 이후 외조카 황하나 사건 등 잇단 악재가 덮치며 소비자신뢰를 잃어 매출이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올해 1분기 실적은 연결 기준 2309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0.3% 감소했으며, 영업손실은 138억원이었다. 경쟁사인 매일유업과 빙그레 등이 올 1분기에 매출이 증가한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발효유 시장, 남양 빈자리 노리는 경쟁 치열해질듯

‘불가리스 사태’ 이후 반사이익을 기대하며 남양의 빈 자리를 노리는 유업계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유업계는 서울우유를 비롯해 매일유업, 빙그레, CJ제일제당, 동원F&B, hy(옛 한국야쿠르트), 롯데푸드 등이 발효유 시장 점유율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해 기준 4500억 원 규모인국내 액상발효유 시장에서 남양유업은 23.1%를 차지하고 있는 1위 기업이다. 동원F&B(20%), 빙그레(10%), 다논(7.6%) 등이 2~4위에 포진해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식품표시광고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세종시에 행정처분을 의뢰한 후 세종시는 다음달 남양유업의 의견을 듣는 청문 절차를 마치고 세종공장 영업정지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최대 2개월 영업정지 처분 가능성이 높다. 세종공장은 불가리스를 비롯해 분유, 우유, 치즈 등 남양유업 전체 생산량의 약 40%를 담당하는 최대 공장이다. 영업정지를 당할 경우 공급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경쟁사들은 벌써부터 ‘1+1’, ‘2+1’ 마케팅 등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올리기 위한 전략 수립에 한창이며 시장 판도 변화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유업계에선 1위 경쟁을 해온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의 격차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더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매일유업은 올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3.4% 늘어난 370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남양유업을 인수한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을 얼마나 빠른 시간내 정상화시켜 브랜드 이미지를 되살릴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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