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벼락 맞은 주택 임대사업자… 복잡해진 '세금 셈법'

입력 2021-05-3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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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1-05-30 18: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매입임대주택' 신규 등록 없애고 6개월 내 팔아야 세 감면
임대사업자, 주택 매도 대신 임대료 크게 올릴 가능성 커
전문가들 "전월세 시장 혼란으로 이어질 수도" 우려

더불어민주당이 매입임대주택 사업자(기존 주택을 매입한 후 지방자치단체에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민간사업자) 제도를 사실상 폐지하고 세제 혜택을 줄이기로 했다. 세금 부담을 느낀 기존 매입임대주택 사업자가 집을 내놓도록 압박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정부ㆍ여당 의도와 달리 매입임대주택 사업자들이 주택을 처분하지 않고 계속 보유한 채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6개월 안에 집 안 팔면 세금 '날벼락'

민주당은 지난 27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세제 개선안’에서 매입임대주택 등록을 더 받지 않기로 했다. 기존 매입임대주택은 등록 기간이 끝나면 연장 없이 등록이 말소된다. 지난해 4년 단기 매입임대주택ㆍ아파트 매입임대주택 제도가 사라진 데 이어 남아있던 10년 장기 매입임대주택(다세대ㆍ다가구ㆍ연립주택 대상)마저 이번 결정으로 폐기될 운명에 처했다.

그동안엔 매입임대주택 사업자는 임대료 증액 제한 등 공적 의무를 지키면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별도 과세, 재산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민주당은 이 중 양도세 감면 혜택도 등록 말소 후 6개월 이내에 집을 팔 때만 주기로 기한을 설정했다. 세제 혜택이 매물 잠김 등 부작용을 만든다는 명분에서다.

이번 결정으로 매입임대주택 사업자는 주택 처분과 중과세 감내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게 됐다. 등록 말소 후 임대주택을 6개월 안에 팔지 않으면 종부세ㆍ재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지금보다 크게 늘어난다. 나중에 처분할 때도 양도세 중과세율을 적용받는다. 다세대주택을 매입임대주택으로 등록한 K씨는 "임대수입은 1년에 4500만 원인데 등록이 말소되면 은행 대출이자와 종부세로 5000만 원을 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매매를 서두르기도 쉽지 않다. 이번에 매입임대주택 제도가 폐지되는 다세대ㆍ다가구ㆍ연립주택은 아파트에 비해 시장에서 선호하는 주택 유형이 아니어서다. 이들 매물이 일시에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 매물 소화도 어려울뿐더러 제값을 못 받을 위험이 있다.

이런 우려에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혹시 매각이 안 되더라도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이 매입해 임대사업자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일부 매물은 나오겠지만 민주당에서 원하는 대로 나올지는 미지수다"라며 "LH에서 제값대로 집을 사겠느냐. 큰 호응은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임대사업자 '버티기' 나서면 전월세 시장까지 혼란
세입자에 '폭탄 넘기기' 우려

전문가들은 매입임대주택 사업자가 집을 내놓지 않고 버티기에 나서면 전ㆍ월세시장으로 혼란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늘어난 보유세를 대기 위해 임대료를 크게 올릴 공산이 커서다. 임대주택으로 등록된 동안엔 최장 10년 간 임차가 보장되는 데다 임대료 증액 폭도 2년에 5%로 제한되지만 임대주택 등록이 말소되면 이런 안전장치가 사라진다. 매입임대주택 주인들이 새로 입주자를 구할 때 시세에 맞춰 전ㆍ월세를 큰 폭으로 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장기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집이 사라지면서 전세시장엔 (매입임대주택 폐지가) 오히려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며 "다세대ㆍ다가구주택 매매 수요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전셋값만 올라 '깡통전세'(전셋값이 매매 시세에 육박하는 주택)를 양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매입임대주택 사업자가 선택할 수 있는 또 다른 길은 증여다. 가족 등에게 집 명의를 분산해 다주택자 규제를 피하는 방법이다. 충북 청주시에서 임대사업을 하는 K씨는 "이제 정부 정책 신뢰를 잃었다. 종부세도 어찌 될 지 모르니 증여로 명의를 분산해 놓겠다"고 했다.

부동산시장에선 앞서 제도가 폐지된 4년 단기 매입임대주택ㆍ아파트 매입임대주택도 상당수가 증여돼 시장에 나오지 않는 것으로 파악한다. 증여된 주택은 '취득가액 이월과세'(증여받은 주택을 5년 안에 팔면 증여가액이 아니라 증여자가 애초 주택을 산 취득금액을 기준으로 양도세 과세 표준을 정하는 것)이 적용되기 때문에 사실상 5년간 매매가 제한된다.

임대사업자들은 정부에 대한 법정 다툼도 준비하고 있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는 1일 임대주택 등록 강제 말소, 세제 혜택 박탈 등이 재산권 및 평등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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