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에 원자재ㆍ해상운임까지…'3高'에 신음하는 자동차 업계

입력 2021-05-31 13:38 수정 2021-05-3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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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용 반도체, 웃돈 줘야 신속한 구매 가능…철강사, 철광석 가격 급등에 강판 가격 톤당 5만 원↑

차량용 반도체 부족, 연말까진 지속
구리 가격 급등, 전동화 전환에 차질 우려
완성차 운반선 운임, 장기적 영향 가능성

차량용 반도체에 이어 원자재 가격, 해상운임까지. 자동차 업계가 치솟는 세 가지 가격에 시달리고 있다. '3高' 현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반등에 나선 업계의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진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3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초부터 시작된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는 2분기에 접어들며 심화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는 생산 차질을 막기 위해 차량용 반도체를 만드는 업체에 웃돈을 주고서라도 재고를 확보하려 시도 중이다. 기존에 사용하던 반도체 대신 가격이 더 비싼 제품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자동차산업협회(KAMA) 관계자는 “NXP, 르네사스, 인피니온 등 반도체 업체에 정상가보다 10%가량 높은 가격을 지급해야 신속한 구매가 가능한 상황”이라며 “5~6월에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이 정점에 달할 전망”이라 설명했다.

한국지엠(GM)이 가동률을 50%로 낮춰 운영하던 부평 1공장을 이날부터 100% 정상 가동하고, 현대차도 조업을 재개하자 시장에서는 반도체 수급 상황이 개선된 것 아니냐는 기대 섞인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업계에선 반도체 부족 여파가 올해 연말까지는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가 공장 가동을 재개했지만, 차량용 반도체 부족 상황이 해소된 것이 결코 아니다. 상황이 유동적이라 연말까지는 언제라도 정상 가동에 어려움이 재현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현대차 노동자들이 아산공장에서 쏘나타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 노동자들이 아산공장에서 쏘나타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철광석과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의 인상도 완성차 업계에 위기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미국, 중국 등 주요 선진국의 경기가 회복하며 원자재 수요가 증가했지만, 일부 광산과 물류의 공급 차질로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며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중국 칭다오항 기준(CFR)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5월 톤(t)당 91.63달러였지만, 이달 12일에는 237.57달러까지 치솟았다. 1년 전 톤당 5000달러 수준이던 구리 가격은 현재 1만 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자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자동차용 강판 가격을 톤(t)당 5만 원 올리기로 이날 현대차ㆍ기아와 합의했다. 자동차용 강판 가격이 인상된 건 2017년 하반기 이후 4년 만이다.

철광석과 구리는 자동차 생산의 핵심적인 원료다. 일반적으로 중형 승용차 1대를 생산하려면 1톤가량의 철강재가 필요하다. 특히 전기차에는 내연기관차보다 4배 이상 많은 구리가 필요하다. 원자재 가격 급등이 자칫 제조사의 전동화 전환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는 이유다.

생산 원가가 올랐지만, 완성차와 부품업계는 제품 가격 인상에 신중을 거듭하고 있다. 원가 인상분을 판매가격에 그대로 반영하면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져 완성차 판매량이 줄어드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어서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1년 만에 100% 이상 치솟고 있다. 생산단가도 높아졌지만 이를 그대로 가격에 반영하기는 어려워 부품업계엔 가장 심각한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의 '글로비스 크라운' 호가 독일 브레머하펜 항에 기항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글로비스)
▲현대글로비스의 '글로비스 크라운' 호가 독일 브레머하펜 항에 기항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글로비스)

치솟는 해상운임도 또 다른 변수다.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최근 4주 연속 상승해 2009년 10월 집계를 시작한 뒤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부품사는 컨테이너선 확보와 물류비용 상승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KAIA) 조사에 따르면 1~3차 협력사 48.7%는 “물류비 상승으로 인한 부담이 심각하다”라고 응답했다.

그나마 완성차 업계는 해상 운임 급등에 상대적으로 적은 타격을 받고 있다. 필요할 때마다 계약을 맺는 컨테이너선과 달리 완성차 운반선(PCTC)은 2년가량의 장기계약을 맺기 때문이다. 해상 운임이 올라도 물류비에 즉시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컨테이너선보다 직접적인 영향이 적다.

하지만, 올해 연말까지는 해상 운임 상승세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향후 운송료 인상이나 물류 차질에 관한 우려도 제기된다.

해운선사 관계자는 “자동차 운반선은 컨테이너선만큼 해상 운임 급등에 큰 타격을 받지는 않지만, 선복(선박 내 화물을 싣는 공간)이 부족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라며 “선사도 다음 계약 때 운송료를 올리려 시도할 것”이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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