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가 주요국으로부터 연달아 승인을 받으며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미ㆍ중 글로벌 공급망 재편 경쟁 속에서 중국의 승인이 과제로 남았다.
31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5월 27일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및 SSD 사업부문 인수를 승인했다. 미국, 유럽연합에 이어 세 번째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3월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승인을 받았다. 최근에는 유럽 반독점 심사기구 ‘EC(European Commission)’로부터 ‘조건없는 승인(Unconditional Clearance)’을 받았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인수합병은 이해관계가 얽힌 국가들로부터 반드시 승인을 받아야 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약 10조 원에 인텔 낸드 사업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뒤 주요 8개국에서 반독점 심사를 받아왔다.
이로써 SK하이닉스는 8개 지역 가운데 미국, 한국, 유럽연합 등 3곳에서 승인을 받았고, 중국, 브라질, 영국, 싱가포르, 대만 등 5곳의 승인을 남겨두고 있다.
이 가운데 사실상 마지막 관문은 중국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 인수로 적절한 시기에 시너지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중국의 승인이 제때 이뤄지는 것이 관건이다.
반도체 글로벌 패권 경쟁 속에서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이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사업 인수를 놓고 시간을 지연할 우려도 있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의 반도체 공급망 협력이 강화된 상황에서 중국이 어깃장을 놓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중국은 최근 미국의 수출 규제 등에 반발하면서 반도체 업체 간 인수합병 심사를 고의로 지연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일본 반도체 기업 고쿠사이일렉트릭을 인수하겠다고 2019년 7월 발표했지만, 중국의 승인 심사 지연 등으로 올해 3월 인수가 무산됐다. 업계는 중국이 미국의 제재에 대한 보복 조치의 하나로 의도적으로 심사를 지연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2018년에는 미국 퀄컴이 세계 2위 차량용 반도체기업 NXP를 인수하려다 중국의 승인 지연으로 무산된 바 있다. 올해 들어서도 미국 엔비디아의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 인수를 놓고 중국의 심사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SK하이닉스와 인텔의 낸드플래시·SSD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아 독과점 우려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중국이 인수를 불허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낸드 시장 4위 SK하이닉스와 5위 인텔의 합산 낸드 플래시 시장점유율은 20% 수준이다. 1위인 삼성전자(30%)와 격차가 존재한다.
또 SK하이닉스는 D램 시장 2위 사업자지만 삼성전자·마이크론 등 다른 SSD 제조업체도 D램을 공급하고 있어 인텔을 품은 SK하이닉스가 SSD 제조업체에 ‘구매선’을 봉쇄할 가능성은 작다.
SK하이닉스와 인텔은 진행 중인 심사를 연내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주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