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모범택시’ 이제훈 “나에게도 이런 새로운 얼굴 있었나 놀랐죠”

입력 2021-05-3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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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다크 히어로’였다.

29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에서 이제훈은 누구보다 인간적이지만 악당들에게 자비란 없는 다크 히어로 김도기로 활약하며 주말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궜다.

'모범택시'는 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이제훈)가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복수 대행극을 그린 드라다. 법만으로는 인과응보를 제대로 실현할 수 없는 현실에서 ‘사적 복수 대행’을 해주며 시청자들의 대리만족을 이끌어냈다. 최종회는 15.3%를 기록했고, 최고 시청률 16%까지 치솟는 등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닐슨코리아, 전국기준)

31일 오후 화상으로 만난 이제훈은 “긴 시간 동안 촬영을 했는데 끝나고 나니까 아쉬운 마음이 크다”면서 “작품과 캐릭터를 떠나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까 홀가분하기보다는 김도기, 무지개 운수, 모든 배우들, 제작진과 더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서 그런지 빨리 다시 모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종영 소감을 전했다.

‘모범택시’는 학교폭력부터 직장 내 갑질, 보이스피싱, 염전 노예 등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억울한 피해자들이 무지개 운수의 도움을 통해 복수를 완성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모든 에피소드가 현실 사회를 고스란히 반영했고, 복수가 시원하고 통쾌하게 그려져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그렇다면 이제훈이 생각하는 드라마의 인기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사회에 대한 대리만족이 아닐까요? 약자들을 괴롭히고 못되게 구는 악의 무리를 누군가가 대신해서 처단하는 이야기에 다들 열광할 수 밖에 없잖아요. 대본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어요. 사적 복수 대행이라는 것이 결코 현실에선 일어날 수 없고 일어나선 안되잖아요. 드라마가 대신해서 이야기하는 점이 대리만족에 있어서 많이 지지하고 사랑해주신 게 아닐까 싶어요. 한편으로는 현실에서 억울하게 당하는 피해자와 아픈 사람이 없도록 사회 현상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제훈은 작품에서 굴곡진 서사를 가진 다크 히어로 김도기를 변화무쌍하게 풀어냈다. 작전마다 직업도 성격도 바꿔가며 악을 교란한 김도기의 ‘부캐’ 퍼레이드를 펼쳤다. 기간제 선생님부터 왕선생까지 다양한 모습을 매회 선보였다. 가장 재미있었던 부캐로는 ‘왕따오지 선생님’을 꼽았다.

“배우는 어떤 연기를 하게 될지 몰라도 준비를 해놔야 돼요. 이번에 준비했던 것을 써먹을 기회가 생긴 거죠. 왕따오지 선생님은 즐겁게 작업했던 인물이에요. 연변사투리를 짧은 시간 내에 소화해야 했는데, 짧게 보여드려서 아쉽긴 하지만요. 시청자들이 캐릭터의 말투와 모습을 그렇게 좋아해주실지 미처 몰랐어요. 그 인물이 김도기라는 인물과 괴리감이 있는데, 앞서 보여준 언더커버의 역할을 통해 하나하나 신뢰가 쌓였기 때문에 믿고 즐겨주신 것 같아요.”

실제로 김도기처럼 혼쭐내고 싶은 사회적 사건을 묻자 이제훈은 “아이들을 학대하고 버리는 사건이나 몇 년 전 영남제분 사건처럼 현실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이야기들”이라고 답했다.

“재판 과정에서도 과연 그것이 합당한 결론이었느냐 이야기한다면 다들 조금은 더 생각해볼만 한것 같아요. 개인적 바람으로는 미제 사건이나 이런 이야기들을 또 다른 ‘모범택시’를 통해 보여준다면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16부작 미니시리즈로 담아내기에는 모자르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거든요.”

다양한 캐릭터를 그렸던 만큼, 배우 이제훈에게도 이번 작품을 통해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었다. 여기에 사회적 메시지까지 전달하며 연기 그 이상의 무언가를 얻었던 기회이기도 하다.

“사회에 대한 이야기,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시청자분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하는 게 두근 거렸어요. 촬영하면서 제작진, 배우들과 호흡도 잘 맞아서 즐거운 에너지가 생겼어요. 배우로서도 이렇게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처음이었거든요. 고민과 부담감이 컸는데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함이 컸어요. 좋게 봐주신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안심도 되고 방송이 시작되고 나서 뜨거운 사랑을 즉각적으로 받은 것에 많이 놀랐죠. 에피소드마다 큰 사건을 겪으면서 해결하는 것을 상황적으로 재미있게 보여주자는 생각이었어요. 나에게도 이런 새로운 모습이 있었나, 이렇게 연기할 수 있었나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었어요.”

‘모범택시’를 성공적으로 출발시킨 이제훈은 방영 초반 대역 액션 연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위험한 액션신에서 주연배우의 부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대역 배우를 썼지만, 연출상 매끄럽지 못해 어색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위험한 고난도 액션 장면이 많았는데, 무술팀에서 준비를 잘 해주셨어요. 제가 스스로 해내기에 무리인 액션이 많았는데, 무술팀 덕분에 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예전부터 액션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과 열망이 있어서, 이번 작품을 통해 제대로 보여줄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컸죠.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감독님과 제작진이 주연배우가 액션을 하고 혹시나 다칠까 하는 걱정을 굉장히 많이 하셨어요. 나는 충분히 해낼 수 있었는데 다들 ‘너무 (다)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그 의견을 존중하고 받아들였죠.”

마지막 회에서는 김도기가 복수를 마쳤지만, 세상에 ‘묻지마 범죄’가 다시 기승을 부리자 무지개 다크 히어로즈가 다시 뭉치는 모습이 그려졌다. 시즌 2를 강하게 암시하는 결말이었다. 이제훈은 결말의 만족도에 대해 “너무나 이상적이었다”고 했다.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는 명제에 대해 무지개 운수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 고민이 있었는데 결국에는 다시 모였잖아요. 이번 시즌에서 나쁜 사람들을 잡아내고 사설 감옥에 넣는 과정이 옳고 그름을 따지게 했는데, 이후 이야기에서는 정의와 공권력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을 무지개 운수가 함께 돕는다는 이야기로 만들어지면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16부 이후 이야기가 어떻게 쓰일 지에 대한 두근거림으로 마무리 돼서 좋아요.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이 역할을 더 맡고 싶다는 열망이 컸어요. 또 이야기가 써내려져 갔으면 좋겠고, 저도 함께하고 싶어요.”

최근 이제훈은 데뷔 때부터 함께한 소속사와 결별했고, 영화 제작사 하드컷을 설립하며 배우로서 제2의 삶을 그려나가고 있다. ‘언프레임드’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기획, 연출에도 도전한다.

“상업영화뿐만 아니라 영상작업을 하는데 있어서 다양한 것들을 해보고 싶었어요.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서 왓챠라는 플랫폼과 이야기가 잘 맞닿았어요. 이번에 기획과 제작을 하게 됐는데 배우들이 직접 시나리오를 썼어요. 최근에 박정민 배우의 단편 작품은 촬영을 마무리해 후반작업 중이에요. (소속사와 관련해서는)조만간 거취를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계획은 아직 정해진 게 없어요. 개인적으로는 지치고 쉬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큰 사랑을 받다 보니 빨리 시청자, 관객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커졌어요. 열심히 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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