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D-30] 영세 소상공인도 ‘주 52시간’…양극화 우려 키운다

입력 2021-06-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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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1-05-31 18: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AI(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A사는 올 초 주 40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팀별 분업으로 근무량을 정하고, 중요한 프로젝트는 협업하는 방식이다. 집중 업무 시간(오전 11시~오후 4시)을 제외하고 출퇴근이 자유롭다. 반면 금속 제조중소기업 B사는 하루치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는 날들이 늘고 있다. 시간과 공간 제약이 있는 만큼 탄력ㆍ유연 근무제 도입도 어렵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력도 충원해야 하지만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발만 구르고 있다.

 

7월부터 5~49인 중소기업도 의무적으로 주 52시간제를 도입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와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쳐 영세 소상공인들이 이중고를 겪는 가운데 업종 간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중소기업계가 추가 부담해야 할 인건비가 3조 원에 육박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31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국 5~49인 사업체 수는 80만2059개로 전체 대비 19.20%에 해당한다. 이들 중 △제조업은 15만2034개(18.95%) △도소매업 13만2690개(16.54%) △숙박ㆍ음식점업 11만5979개(14.46%) △정보통신업 1만5272개(1.9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제조업에는 국가 기간산업인 기계, 조선, 자동차부터 미래 산업인 소재ㆍ부품ㆍ장비 기업도 포함돼 있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기존에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활용해 주 최대 68시간(기본 40시간, 연장 근로 12시간, 휴일 근로 16시간) 근로가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휴일을 포함한 주 최대 법정근로시간 한도가 52시간(기본 40시간, 연장 12시간)으로 정해졌다. 근로자 1인이 가능한 모든 근로를 했다고 가정하면 연간 약 834시간, 약 23%의 근로가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한다.

특히 생산설비가 있는 제조업의 경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장을 가동하고 운영해야해서 인력 충원은 필수다. 줄어든 근로시간만큼 인력을 확대해야 하지만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 중소기업연구원은 52시간제 도입으로 약 3조 원의 추가 인건비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게다가 설비가 대부분 지방에 있고, 코로나19로 외국인 근로자들의 입국까지 어려워지면서 이미 대다수 제조업은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다. 5~49인인 영세 사업장 상황은 더 어렵다.

한 조선업 직원은 “수주량 증가로 업무량이 늘고 있어 장기간 연장근로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기후에 영향을 받는 야외작업이 많은데 유연근로제를 도입하기 위한 인위적인 근로시간 조정이 어렵고 또 숙련된 인력을 찾기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반면 다수의 IT(정보통신)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주 40시간 근무제를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 산업군보다 비교적 공간과 시간 제약이 없어 유연하고 탄력적인 근무가 가능한 영향이다. 효율과 혁신을 추구하는 분위기 속에서 IT 기업 자체적으로도 복지를 향상하려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재택ㆍ탄력ㆍ자율출퇴근 근무가 보편화해 있다.

이처럼 산업 간 양극화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만큼 정책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로시간 단축을 앞서 도입한 해외 주요국들의 경우 기업과 근로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시행한 바 있다.

가령 프랑스의 법정 근로시간은 주 35시간으로 유럽 내에서도 가장 짧은 수준이지만 50인 미만 중소기업은 노사합의로 근로시간을 협상할 수 있다. 또 근로시간 단축 정도에 따라 사회보장분담금 감면 혜택을 주거나 근로시간 단축, 고용창출을 많이 한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의 방식이다. 독일은 하루 8시간을 법정 근로시간으로 규정하면서 근무 단축으로 발생하게 되는 근로자의 소득 감소를 보상하기 위해 급여를 지원하고 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업종별로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는데 특히 수출 중소기업이나 혁신 역량을 보유한 기업들 같은 경우 물량 증가로 인력 수요가 많다”며 “이들이 코로나19 경기 회복에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인력난 등 주 52시간제로 타격을 받지 않도록 정책적으로 세밀하게 살피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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